1995년 출간된 최승자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 26년 만에 새 옷을 입고 나왔다.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라이팅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첫 해외여행을 떠난 시인이 1994년 8월 26일 일요일부터 1995년 1월 16일 월요일까지의 여정을 풀어낸 일기 형식 산문이다.
하루하루 있는 그대로의 삶을 옮겨놓은 책은 작가의 사적 공간을 공유하는 느낌을 준다.
소탈한 문체에 유머 감각을 곁들인 시인의 인간적 면모가 고스란히 담겼다.
8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면서 20권 이상의 책을 옮긴 그가 번역자로서의 내적 치열함과 즐거움을 고백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개정판을 내며 오랜 독자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청춘이 지난 지 하많은 세월이 흘렀다/ 문득 소식이 와서 묻혀 있던 책이/ 지금 살아나고 있다/ 그것을 나는 지금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지난달 재출간된 시인의 첫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가 비장미가 감도는 존재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변화가 움튼 한 인간의 기록이다.
난다.
408쪽. 1만6천 원. ▲ 갈증 =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재판이 시작되자 예수가 행한 기적의 수혜자 37명이 기적이 어떻게 자신들 삶을 망가뜨렸는지 황당한 증언을 한다.
그러나 예수는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는다.
소설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의 재판부터 십자가형, 부활까지를 일인칭 시점으로 그린다.
노통브는 27번째 작품인 '갈증'이 어렸을 때부터 품어 온,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강조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이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으며, 글쓰기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수단이자 기도였다고 고백한다.
책은 출간된 해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세계에서 45만 부가 판매됐다.
열린책들. 160쪽. 1만2천800원. ▲ 죽지 않는 사람들 = 클로이 벤저민 지음. 김선희 옮김.
점쟁이로부터 자신이 죽을 날짜를 듣게 된 네 남매의 제각기 다른 삶을 그렸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예언이 각자의 머릿속에 싹을 틔우고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막내부터 맏이까지 네 사람이 선고받은 사망일의 순서에 따라 약 40년에 걸친 각자의 운명을 현재시제의 문장으로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는 2014년 첫 장편소설 '꿈의 해부학'을 펴내 에드나 퍼버 소설상을 수상하며 평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 소설은 2018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으로,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이달의 책'에 선정됐다.
문학동네. 480쪽. 1만5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