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무지·무관심 속 생후 2개월 아기가 혼자 울다 숨졌다

친부모 잦은 외출로 상습 방치…"하루 3번 분유 먹이면 되는 줄"
월세 밀리고 긴급생계비 등 행정지원 밖…이웃 교류 없어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관리비는 어떻게 내는지 물어보고 갔어요.

관리비를 낸 적은 없고요"
경남 거제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부모 방임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들 가족이 거주했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1일 이렇게 말했다.

친부 A(21)씨와 친모 B(18)양은 지난 8월 이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거주하는 동안 월세 35만원을 제대로 낸 적 없는 궁핍한 생활이었다.

생후 2개월 난 아기의 일회용 기저귀를 빨아서 재사용하기도 했다.

친부·친모는 가족 동의 없이 집을 나와 아기를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개월간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긴급생계비나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한 전력은 없었다.

아동 돌봄 서비스 등 정부 지원 또한 신청하지 않아 관련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겨우 출산 이후 아동수당·양육수당으로 매달 30만원씩 지급받은 기록은 확인됐다.

시는 뒤늦게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사실을 인지하고 사망한 아기의 장례비용 등을 지원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사회보장협의체, 이웃 등 지역에서 사례 발굴해서 행정 차원에서 지원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번 사건은 행정지원 밖에 있었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이 살던 아파트의 거주자 대부분은 회사 기숙사 용도로 입주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외출하는 데다 잠만 자는 용도로 들어와 살기 때문에 교류도 없었다.

부부가 상습적으로 집을 비우는 동안 홀로 남은 아기는 엉엉 울었겠지만, 외부에서는 알아채지 못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련 뉴스를 봤는데도 우리 아파트 사건인지 전혀 몰랐다"며 "아기가 죽은 일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친정에 간 친모와 PC방에 다녀와 다른 방에서 잠든 친부의 무관심 속에 아기는 지난 10월 23일 숨졌다.

오후 6시 46분께 친부의 신고를 받은 구급대가 오후 7시 7분께 병원에 아기를 이송했지만, 아기는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그간 친부·친모가 여러 차례 아기를 집에 혼자 둔 채 외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부검 결과 아기가 숨진 이유는 탈수와 영양 결핍이었다.

친부·친모는 아기에게 하루 3차례만 분유를 줬다.

엉덩이는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아 짓물러있었다.

이들은 시 담당자에게 "아이도 어른처럼 하루 3번 분유를 먹이면 되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사실은 인정하나 위해를 가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친부에게 유기치사 등 혐의를, 친모에게 방임 혐의를 각각 적용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창원지법 통영지원 문현호 부장판사는 친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문 부장판사는 친부의 주거지가 일정하고 기본적인 증거가 수집됐으며 증거인멸, 도주 우려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수사 보강을 통해 구속영장을 재신청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거도 일정하지 않고 도주 우려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법원 판단은 달랐던 것 같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영장 재신청 여부에 대해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