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칠(漆), 아시아를 칠하다'
광택과 내구성 더하는 '옻칠'의 미학…유물 263점 한곳에
국가무형문화재 '칠장'(漆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인 옻을 정제해 기물에 칠하는 장인을 뜻한다.

조선시대에 조정은 전국의 주요 옻나무 산지를 파악했고, 칠장은 대부분 관청에 소속돼 활동했다.

옻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됐다.

국립김해박물관은 밀양 신안 유적에서 출토된 약 5천 년 전 토기에서 옻 성분이 확인됐다고 2019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토기를 제외하더라도 지금으로부터 대략 2천500년 전쯤에는 옻칠이 퍼졌던 듯하다.

옻을 칠하면 광택이 날뿐더러 방수·방충 효과가 생기고 내구성도 높아진다.

옻칠은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라 옻나무가 자생하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기 있는 공예 기법이었다.

각국은 고유하고 독특한 칠공예 문화를 발전시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처럼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서 전승된 옻칠과 칠공예 문화를 다룬 특별전 '칠(漆), 아시아를 칠하다'를 21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연다고 20일 밝혔다.

광택과 내구성 더하는 '옻칠'의 미학…유물 263점 한곳에
전시에 출품된 자료는 모두 263점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에서 구매해 들여온 귀중한 고려시대 유물 '나전 국화넝쿨무늬 합'을 처음으로 일반에 선보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지의 칠기를 한데 모아 공개한다.

노남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칠공예는 시간의 예술"이라며 "옻을 도료로 만드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물건에 옻칠을 할 때도 칠과 건조를 반복하는 인고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옻칠과 칠기를 설명하는 공간으로 시작된다.

상당한 공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칠기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과 칠기가 도자·금속 공예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 양상을 살필 수 있다.

이어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소개한다.

옻은 본래 색이 없는 도료로 나무에 바르면 갈색빛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산화철이나 진사(辰砂) 같은 안료를 추가해 검은색 혹은 붉은색을 내고, 그림도 그렸다.

7∼8세기에는 금이나 은으로 만든 판을 붙이고 옻칠을 한 뒤 갈아서 무늬를 만드는 평탈(平脫) 기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 기법은 통일신라시대 거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광택과 내구성 더하는 '옻칠'의 미학…유물 263점 한곳에
동아시아 삼국인 한국·중국·일본의 칠공예를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한국에서 얇은 조개껍데기를 여러 형태로 오려 붙이는 나전칠기가 꽃을 피웠다면, 중국에서는 여러 겹의 옻칠을 한 뒤 조각하는 조칠기(彫漆器)가 발달했다.

일본은 옻칠 위에 금을 뿌려 화려한 느낌을 주는 마키에(蒔繪)가 많이 만들어졌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서는 칠기의 대중화와 변화를 조명한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나전칠기가 일상 용품으로 쓰였고, 17세기 이후에는 아시아의 칠기가 유럽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현대 작가들이 제작한 다채로운 옻칠 공예품도 감상할 수 있다.

노 연구사는 "작은 칠기 한 점에도 길게는 수천 년의 세월이 쌓여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관람객이 아시아의 다채로운 칠공예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택과 내구성 더하는 '옻칠'의 미학…유물 263점 한곳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