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과 3번째 함께
"기괴한 분장, 무차별 폭로, 불편함 당연해"
넷플릭스 '지옥'에는 수많은 문제적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 중 화살촉은 최근 사회적으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사적 복수'와 '온라인 폭로'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배우 김도윤은 극중 화살촉의 리더 이동욱을 연기하면서 불편한 현실을 전달한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화살촉은 새진리회와 이 단체를 이끄는 정진수(유아인) 의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집단이다.
화살촉은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온라인 실시간 방송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기 BJ, 유튜버와 같은 방식이다. 고함을 지르는 듯한 고성의 진행, 여기에 실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괴기한 분장까지 더해 '지옥'에서 지옥의 사제들보다 더한 비호감으로 꼽혀왔다.
'이동욱'이라는 이름이 잊혀질 만큼 '화살촉'으로 불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도윤이다. 그 역시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정말 강렬했다"며 "개성이 강한 캐릭터라 연기하기에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이동욱은 지옥행 고지와 시연 모두 신의 뜻대로 죄인을 벌하는 것이라는 정진수 의장의 교리에 푹 빠져 새진리회 확성기 역할을 자처하는 인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지옥행 고지를 받은 이들의 신상을 파헤치고, 폭로하는가 하면 화살촉 일원들과 함께 그들의 죄를 직접 단죄한다면서 폭행 등 무법 행위를 이어간다.
이동욱의 행동에 몇몇 시청자들은 "소름 돋는다"면서 "비호감"이라는 평을 전하기도 했다. "'지옥'을 보는 다시 보는 게 화살촉 때문에 꺼려진다"는 말도 나왔다. 그 모든 반응에 김도윤은 웃으며 감사한 마음을 보였다.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건 대본을 보고, 웹툰 원작을 봤을 때부터 예상했어요. 신상을 폭로하고, 기괴한 분장을 하니까, 불편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이 정도로 불편함을 느낀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하진 못했지만요.(웃음) 이 인물이 매력적이면서도 매력적이지 않도록 표현되길 바랐어요."
연상호 감독이 "내내 쉰 목소리로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줬다"고 칭찬한 방송 장면은 사전에 연습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고. 김도윤은 "소리를 지르며 연습할 공간이 마땅하지 않아 현장에서 시도했던 게 처음이었다"며 "처음 대사를 뱉는데 과호흡이 와서 어질어질하긴 하더라. 스스로 당혹스러웠다"고 촬영 후일담을 전해 놀라움을 전했다.
강렬함을 주는 캐릭터인 만큼 '지옥'에 출연했던 배우 대부분이 "화살촉을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김도윤은 캐스팅 배경을 묻는 질문에 "유명하지 않아서"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제가 인지도나 얼굴이 낯설어서 후반부에 등장했을 때 '저 사람이 그랬어?'라고 놀라는게 컸던 거 같아요. 알려진 분이 했다면, 초반에 들키지 않았을까 싶어요. 누가 했어도 돋보였을 캐릭터였고, 배우라면 탐낼 역할이었죠. 그래서 저를 생각해주신 거 같아요."
연기하면서 느낀 화살촉의 매력은 "굉장히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점"이라고 꼽았다. 화살촉을 연기하기 위해 수천개의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고, 수백명의 유튜버를 분석했지만 "특정인을 비판하기 위한 캐릭터는 아니었다"면서 실제 인물들과 비교에 선을 그었다. tvN '방법'과 영화 '반도'에 이어 '지옥'은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 3번째 작품이다. 김도윤은 "'지옥'을 찍으면서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었다"면서 "감독님이라기보다는 그냥 인간 연상호를 좋아한다"면서 연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신뢰를 전했다.
"감독님께서 개인적인 해석, 작가로서 의식이 있으셨겠지만 참여하는 구성원에게 강제하거나 강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채로운 색을 가진 캐릭터가 나온 거 같아요. 감독님의 디렉팅은 시범을 보여주시는 걸로 유명한데, 한번씩 와서 특정적인 키워드를 던져주세요. 그러면 뭔가 배우로서 막힌 부분이 해소되고 그러더라고요."
실제로 아이 아빠이기도 한 김도윤은 "마지막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감싸안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이 시청자로서 마음을 때렸다"면서 "슬프면서도, 그 장면에서 희망을 봤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라고 꼽았다.
"아이가 없는 사람이라도, 부모님을 생각하면 와닿을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잖아요. 어린 아이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명에 대한 잠재 의식이 있는데, 그게 희망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희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