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50% 인상한다. 물가 상승 압박을 줄여 낮아진 대통령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상황이라 달러로 환산한 실질임금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내년 월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50% 오른 4250리라가 될 것”이라며 “최근 50년 동안 가장 높은 인상률”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40%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더 이상 물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소득세 등도 모두 폐지한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정책 추진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으로 터키 국민의 구매력은 떨어졌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1.31%에 달한다. 곳곳에선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여당 지지율도 30%를 밑돈다.

다만 이 같은 방침에도 달러로 환산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서다. 리라화 가치는 올초 달러당 7.4리라 선에 거래됐지만 이날 달러당 15.70리라까지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해 달러 기준으로 보면 연초보다 27%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하가 수출 증대,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지난 9월부터 네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이유다. 이날도 연 15%이던 기준금리를 연 14%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터키의 경제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찰리 로버트슨 르네상스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례가 없는 방식”이라며 “중세의 고리대금 정책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 의회는 물가 안정을 위해 매점매석 행위자에 대한 벌금 상·하한선을 증액하는 법안을 17일 통과시켰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