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내가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4년, 그 후에 재평가"
'4년 115억원' 김재환 "기회 얻지 못한 후배들, 좌절하지 말라"
"115억원, 솔직히 저도 믿기지 않는 금액입니다.

"
김재환(33·두산 베어스)은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마친 날, 힘겨웠던 과거를 떠올렸다.

두산은 17일 "김재환과 4년 총 115억원(계약금 55억원, 연봉 합계 55억원, 인센티브 합계 5억원)에 잔류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연봉은 2022∼2024년, 15억원씩이고 2025년에는 10억원을 받는다.

김재환은 계약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두산에서 협상 초반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다"며 "계약을 마쳤지만, 내가 4년 115억원을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예전의 나를 떠올리면 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꽤 오래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지금은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김재환이지만, 그에게도 잠실구장의 외야 펜스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 시간이 있었다.

2008년 포수로 입단한 김재환은 곧 1루수로 자리를 옮겼고 외야 훈련도 했다.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한 조처였지만, 김재환은 2015년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는 유망주에 멈춰 있었다.

2016년부터 김재환의 타격 재능이 폭발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김재환은 188홈런을 쳤다.

이 기간 218홈런을 친 최정(SSG 랜더스)에 이은 2위다.

김재환은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가장 먼 잠실야구장에서는 6년 동안 77개의 아치를 그렸다.

2위 박건우(37홈런·NC 다이노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잠실 홈런'을 작렬했다.

'4년 115억원' 김재환 "기회 얻지 못한 후배들, 좌절하지 말라"
2021시즌 종료 뒤 김재환과 박건우, 두 명의 FA를 배출한 두산은 "두 선수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장타자' 김재환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두산 구단은 "대체 불가 자원인 김재환을 처음부터 무조건 잡는다는 방침으로 협상했다"고 설명했다.

박건우는 6년 총 100억원에 NC와 계약했다.

김재환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타 구단이 있었다.

김재환은 "타 구단의 영입 제의가 고맙긴 했다.

그러나 두산이 처음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나도 두산에 남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처음부터 '4년 계약'을 결심하면서, 두산과의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2020년 FA 시장의 박건우, 2021 FA 허경민(7년 최대 85억원), 정수빈(6년 최대 56억원) 등이 4년을 초과하는 계약들이 연이어 성사됐지만, 김재환은 '4년'을 고집했다.

김재환은 "내가 나를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는 기간이 '4년'이었다"며 "나는 단 한 번도 6년 계약을 생각한 적이 없다.

4년 동안 기량을 잘 유지하면 다시 FA 자격을 얻어 평가받을 수도 있다.

일단 나는 두산과 계약한 4년 동안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4년 115억원' 김재환 "기회 얻지 못한 후배들, 좌절하지 말라"
김재환과 함께 '두산 왕조'를 일군 선수 중 김현수(LG 트윈스), 양의지(NC 다이노스), 민병헌(은퇴),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최주환(SSG), 박건우(NC) 등 많은 선후배가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김재환의 잔류에 두산 후배들은 기뻐했다.

오랜 2군 생활을 견디고 '115억원짜리 선수'가 된 김재환은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김재환은 "후배들에게 조언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나 같은 선수도 FA 자격을 얻고, 좋은 조건으로 다년 계약을 했다.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기회는 온다.

좌절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았으면 한다"고 따듯한 인사를 건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