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영화제 최우수 작품 시나리오 집필…광주경찰청 반재민 경사
외주PD 시절 만난 미등록 이주민, 경찰 된 후 경험한 여경의 '인권'…단편 영화로 제작
'아픈상처에 새살돋듯' 여경혐오에 성찰의 물음표를 던진 경찰관
"'멍청하게 서 있는 여경'이라는 동영상 댓글에는 여경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고…."
여성 경찰관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 대해 성찰의 물음표를 던진 현장 경찰관의 시나리오가 단편 영화로 제작됐다.

경찰청이 올해로 10회를 맞는 '경찰청 인권영화제'를 17일 오후 4시부터 CGV 명동에서 개최하고, 전국 10개 상영관에서 최우수작품 등을 상영한다.

올해 최우수작품으로 광주경찰청 광산경찰서 도산파출소 소속 반재민(38) 경사의 '그녀가 온다'가 선정됐다.

시나리오는 불미스러운 일로 시골 파출소로 전출되는 30대 조현아 순경이 시장에서 싸구려 신발을 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흉기를 들고 덤벼드는 범인 앞에서 조 순경이 겨누던 총을 떨구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혀 세상에 뿌려졌다.

'무능한 여경'으로 낙인찍힌 그녀는 시골 파출소로 좌천된다.

이야기는 조 순경이 발에 안 맞는 신발을 신고, 무등록 여성 이주민을 돕기 위해 60대 퇴직 여경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발에 생긴 상처가 아물어가며 굳은살이 돋는 아픔을 겪으며, 조 순경은 여성이 아닌 경찰로의 본모습을 되찾는다.

언듯 최근 인천 흉기 난동 부실 대응 사건을 차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시나리오는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집필됐다.

반 경사는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경찰 근무복을 입으면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동료 경찰관인 아내와 현장 업무에서 배제되곤 해 불만을 토로하는 신입 동료 여경의 사연을 시나리오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커피 타고 술 따르는 여경', '순찰차를 못 몰고 현장 업무에서도 배제되는 여경' 등 경찰관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을 정색하지 않는 표현으로 시나리오에 녹여냈다.

'아픈상처에 새살돋듯' 여경혐오에 성찰의 물음표를 던진 경찰관
여경의 이야기와 함께 영화를 끌고 가는 또 다른 축인 이주 외국인의 이야기는 반 경사가 경찰관 임관 전 지역 방송사 외주제작 PD로 수년간 일하며 만났던 이주 외국인들의 사연을 담았다.

여성과 경찰, 이주외국인과 차별 등 그의 이야기 소재는 자연스럽게 '인권'이라는 주제 앞에 부끄러워지는 우리를 성찰하게 이끈다.

올해 7월 시나리오를 제출하며 반 경사는 기획 의도를 적는 항목에 "2021년 현재의 여경 혐오는 사라졌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아니다"고 자답했다.

몇 개월 뒤에 일어날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의 여경 혐오를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지난 11월 15일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경찰 부실 대응 논란이 여경 무용론으로 번진 데에 대해 경찰 조직과 우리는 뒤늦은 반성을 하고 있다.

반 경사의 '그녀가 온다' 시나리오는 여경 차별에 대한 동료 경찰관으로서의 반성문이자, 세상에 던지는 여성과 이주 외국인 인권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반재민 경사는 "대학 시절 영화를 전공하고, 영화 제작과 방송물 제작 경험을 살려 내 조직인 경찰을 위한 일을 고민하다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며 "경찰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감수해야 하지만, 여성 경찰관에 대한 차별은 우리 모두가 극복해야 할 인권 과제라고 생각해 이야기를 풀었다"고 밝혔다.

이어 "짧은 단편 영화이고,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보는 이들이 혐오와 차별 대신 인권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계기를 만든다면 현장 경찰관으로서 보람을 느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녀가 온다' 등 제10회 경찰청 인권영화제의 단편영화 제작 작품은 이날 상영회가 끝난 후 '경찰청 인권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아픈상처에 새살돋듯' 여경혐오에 성찰의 물음표를 던진 경찰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