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에 접근해 카드 비밀번호 등 빼내 카드대출
대리점 직원 구속…대리점서 일부 보상진행 중
신규 휴대폰에서 3억6천만원 대출 날벼락…비대면 허점 악용(종합)
휴대전화를 개통하러 온 고령층 고객 카드 비밀번호를 빼내 휴대전화로 억대 카드 대출을 받은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이 구속됐다.

이달 들어 부산에서만 비슷한 수법으로 대리점 직원 2명이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 억대 대출을 당했지만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6일 컴퓨터등사용사기 등 혐의로 20대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부산 해운대구 장산역 부근 LG유플러스 대리점에 휴대전화를 개통하러 온 고객의 신분증 등을 도용, 휴대전화를 개통해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78차례에 걸쳐 3억6천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60∼80대 이상 고령자다.

A씨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을 표적으로 삼았다.

피해자는 대부분 휴대전화를 개통하러 온 손님이다.

A씨는 요금을 할인해주겠다며 과거 자신에게 휴대폰을 개통했던 고객에게 먼저 접근하기도 했다.

휴대폰 개통 과정에서 요금을 할인해주겠다며 필요하지도 않은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비대면 대출을 받을 때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휴대전화기에 카드사나 은행 번호를 스팸 번호로 등록해 피해자가 대출이 실행된 것을 모르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들은 빚이 연체돼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 본사와 카드사 등 관계기관은 대리점 직원의 개인적인 사기 범죄라는 실행된 대출금에 대해서는 대리점 측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대리점 직원의 일탈 행위에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해 대리점 차원에서 보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업주도 피해를 본 상태라 아직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본사 측에서는 해당 고객에게 요금 연체 등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80대 여성 피해자 가족은 "카드사나 통신사가 고객 유치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에는 혈안이 돼 있지만 정작 고객 보호를 위한 조처는 전혀 없다"며 "약관상 회사는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는 이와 유사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직영 대리점이 아닌 가맹점이다 보니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이달 초 부산 기장경찰서는 A씨와 유사한 수법으로 2억2천만원 가량을 불법으로 대출한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 B씨를 구속한 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 개통 과정에서 카드 비밀번호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영상통화나 생체정보를 의무화하는 등의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 요구를 카드사에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