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방안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입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어떻게 이런 중요한 문제를 아무하고도 상의하지 않고 덜렁 내놓냐"며 "이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일머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후보는 16일 '진정성도 일머리도 없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입장을 놓고 집권 세력이 둘로 갈라졌다"며 "민주당은 찬반 입장으로 갈렸고 청와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야당과 국민 여론의 반대를 무시하면서 밀어붙이더니만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난리"라며 "이런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강조해 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양도세 중과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야당을 무시한 채 강행 처리했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아닌가. 대통령 후보가 자기 당이 강행 처리까지 한 사안을 유예하자고 하니 혼란이 없을 수 없다"며 "게다가 당이나 정부, 청와대와 일체의 사전 논의나 조율이 없었다고 하니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 고통을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없다. 양도세 중과에 고통받을 국민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선거에서 불리하니 표를 얻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말이나 던진다"며 "이 후보가 진정성이 있었다면 우선적으로 당·정·청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머리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리더십은 국가적 난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시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라며 "그렇게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하는데 이러다가 '이재명의 대한민국'이 되면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할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3일 "다주택자들이 팔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중과 부담을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완화하면 상당량의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개월 내 처분 시 중과 완전 면제, 이후 3개월 단위로 중과를 절반씩 낮추는 이른바 '6·3·3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4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를 위한 공식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작년 5월 말까지도 유예를 해줬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검토 의견이 있다"고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5선 의원인 이상민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여기에 청와대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측에 반대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장 메시지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부와 청와대는 지금 주택시장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하고 시장 안정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