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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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친구의 회복을 기도하면서 4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구 기다리는 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의 사연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는 A 씨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18일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무려 42회에 걸쳐 '친구 기다리는 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에 다른 네티즌들은 A 씨를 향해 "정신에 문제가 있느냐", "매일 기다린다고만 하고, 대체 뭐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던 중 A 씨는 지난해 12월 19일 갑자기 '이제 친구 안 기다려도 됨'이라며 기존과 다른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친구가 마침내 깨어났고, 이를 기뻐한 A 씨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성했던 글을 더는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힌 것.

A 씨는 병원복을 입은 친구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친구가 깨어났다. 의사가 가망이 없다는 말만 몇 번을 했다"며 "다행히 뇌랑 척추, 목뼈는 다치지 않아 희망이 있었다. 친구가 지금 음성채팅에서 횡설수설하며 헛소리를 한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기분은 좋다"라며 자신이 그동안 '친구 기다리는 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던 이유를 밝혔다.

당시 네티즌들은 "정신에 문제 있다고 말해서 미안하다", "훈훈한 우정이다", "친구가 빨리 회복해서 놀러 다니길 바란다"며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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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난 15일 A 씨는 '친구 기다리는 중 完(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친구가 사고를 당한 지 1년이 지났다. '친구 기다리는 중' 꾸준 글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며 "응원과 격려를 해준 덕분에 다시 찾아뵙게 됐다. 정말 감사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가 격려 댓글을 읽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재활 운동에 전념할 힘을 얻었다"며 "댓글로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모든 분께 감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뷰 요청도 여러 차례 왔지만, 친구가 부담스러워해 정중히 거절했다"며 "후원을 원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기부 단체로 기부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영상=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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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친구가 걷는 모습을 찍은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는 A 씨의 친구가 지팡이를 짚은 상태로 평지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네티즌들은 "재활에 성공해 지팡이 없이 걷기를 바란다", "이런 모습이 친구다. 친구 정말 잘 뒀다", "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건강해 보여 다행이다"라며 둘의 우정을 응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