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발의 최전선 광둥(廣東) 본색
경제적 위상 급부상…관심 가져야
광둥성이 매력적이고 역동적이며 혁신적인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는 데 4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놀라운 일입니다. 광둥의 급속한 발전은 지금의 국가주석인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習仲勛)이 등소평의 천거로 광둥성 제2서기를 맡아 특구를 만들고 개방을 선도한 덕분입니다. 또한 외자의 조달과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홍콩이라는 창구가 곁에 있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광둥은 이제 중국의 첨단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지역으로 부상했습니다. 광둥성의 인구는 1억2600만이고, 작년 GDP(국내총생산)는 1조6000억 달러로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광둥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광둥 지역의 산업구조는 한국이 지향하는 미래의 4차 첨단산업 지도와 거의 일치하는 만큼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광둥만 떼서 보면 이미 반도체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우리보다 앞서가는 영역이 더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짝 긴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광둥성이 고속 발전을 이룬 것은 현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전국에서 몰려든 기업가들의 기업가 정신, 홍콩의 무역항의 역할, 실사구시적인 광둥인들의 실용적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중국적인 사회주의에다 자본주의를 접목해 성공한 시범지역입니다. 사회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나라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광둥성은 보기 좋게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洪秀全), 중국의 국부(國父)로 추앙 받는 손문(孫文), 사상가 캉유웨이(康有爲), 홍콩 최대 부호 이가성(李嘉誠)도 모두 광둥성 출신입니다. 국제적으로 화교 상인으로 이름 높은 ‘객가인(客家人)'도 광둥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광둥성은 중국의 남부의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덥고 강우량이 많은 지역입니다. 광둥은 배산임해(背山臨海)의 지형으로, 산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형국입니다. 해양과 대륙이 연결되는 길목이라 자연스럽게 개방과 자유가 몸에 배어 국제적인 감각이 발달한 곳입니다.
광둥인들은 자녀들이 태어나면 공부 보다는 장사를 시킵니다. 상점에서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장부 정리나 장사 심부름을 시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광둥 상인은 이익이 있으면 움직이지만, 이익이 없으면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북방인과 달리 정과 의리보다는 이익을 더 중시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흥정이나 협상을 못 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광둥인들은 먹는 것에 목숨을 걸 만큼 먹는 것을 중시합니다. 광둥요리는 중국의 4대 요리 중의 하나이고, 식사와 차를 마시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많습니다. 이들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입는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실용적인 사람들입니다.
중국의 북쪽에 수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인근 톈진, 허베이성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인구 1억4000만 명의 '징진지(京津冀) 수도권' 지역이 있다면, 남쪽엔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해 광둥성 남부 9개 주요 도시 일대를 대규모 글로벌 경제벨트로 묶는 시진핑 정부의 역점 프로젝트인 '웨강아오대만구(粤港澳大灣區, 광둥·홍콩·마카오) '가 역동적인 경제권역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광둥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인터넷 공룡' 텐센트, 세계 1위 상업용 드론 기업인 DJI 등 대형 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의 본사가 이곳에 집중돼 있습니다. 광저우(廣州)는 인근의 혜주(惠州)와 불산(佛山)을 묶어 제조업 중심지, 홍콩과 선전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 중심지, 마카오(澚門)와 주하이(珠海)는 관광도시로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2035년 개발이 완료되면 세계 3대 항만경제권(도쿄 베이, 뉴욕 베이, 샌프란시스코 베이)을 능가하는 글로벌 경제벨트가 구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빅베이(Big Bay) 경제권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의 광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할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광둥의 경제적 위상은 몇 년 가지 않아 우리를 제치고 미국, 일본, 독일, 광둥 이렇게 4강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독립된 국가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중국에서 30년 이상 거주하며 현재 광둥에서 사업하는 최우영 사장은 광둥의 비즈니스모델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 사장은 "중국의 10대 상방(商會) 중 광둥상방이 단연 결속력이 뛰어나고 상도덕 룰을 위반하면 네트워크에서 영구 배제 당한다"며 "프로젝트의 연구개발과 시장관리까지 사업의 파이를 키우고 공유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광둥은 외국에서 유학한 우수한 인재, 국가의 정책과 책임감 강한 고위공무원, 내륙지역의 저렴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지역에 특화된 인력을 키우고, 전략적으로 우리 기업들을 많이 진출 시켜 교두보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지의 신뢰할 만한 합작파트너를 찾는 등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시급하게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 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