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계치 넘었다"…'방역 최전선' 구청장 10인의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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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통제불능…사람 죽어가는 데 손 못써"
"선별진료소 대기 두배 늘고 역학조사도 제때 못해"
'번아웃'된 의료·방역인력 이탈 '속출'
"야구장에 모듈러 병실이라도 깔아야할 판"
"민간의료 대폭 활용하는 과감한 대책 필요"
"선별진료소 대기 두배 늘고 역학조사도 제때 못해"
'번아웃'된 의료·방역인력 이탈 '속출'
"야구장에 모듈러 병실이라도 깔아야할 판"
"민간의료 대폭 활용하는 과감한 대책 필요"
“이미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손을 못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방역 최전선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고 있는 구청장들이 전한 방역·의료 현장의 실상이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인력부족으로 역학조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병상이 없어 응급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현장인력들은 극도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
구청장들은 “지역 민간 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단호한 조치없이는 방역·의료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이 붕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이정훈 강동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기점으로 현장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충분한 병상 및 진료소 확충 등 철저한 준비없이 일상회복을 선언했다가 너무 큰 희생을 치르게 됐다는 것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확진자 수가 위드코로나 이전보다 네 배 급증하다보니 역학조사를 당일 벌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예전과 같이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한 감염경로 파악 등 심층조사는 기대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 청장은 “역학조사 지연은 감염 폭증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작용해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관내 코로나 검사건수가 일 평균 5000건 이상으로 두배 늘었고 재택치료자가 일평균 400~500명 나오고 있다”며 “연말연초 지금보다 더 큰 고비가 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2년 이상 지속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번아웃’(무기력)되고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주말에도 방역소독이나 키트배부, 재택치료자 관리 등 본업 외에 추가 업무를 하고 파견업무를 나가야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진료소에서 추위에 대기하는 검사자들의 불만과 민원이 고스란히 현장직원들에게 전해져 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휴직, 사직 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코로나19 업무 부담과 무관치 않다. 한 구청장은 “지난해 민간에서 채용한 보건소 의사와 간호사가 더이상 못 버티고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휴직·사직자는 2017년 564명에서 지난해 945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중앙정부의 방역지침이 오락가락하거나 지역까지 잘 소통되지 않아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 구청장은 전했다. 자가격리 생활지원금 정책변화 등 사전공지없이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업무에 오히려 과부하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중앙정부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방문과 화상회의 등의 소통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장의 문제점이 전달된다 하더라도 개선되지 않는 것이 있다"며 "방역 일선인 지자체에게 먼저 정책 변화를 공지하고 최소한의 준비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행정의 신뢰가 살아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중구는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지역으로 기본적으로 검사량이 많다"며 "비상근무수당(특수업무수당), 현장근무수당 등을 신설해 코로나 관련 근무 시 최대 초과근무시간 약 1.4배까지 지급한다"고 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기존 3개 선별검사소 외에 검사소를 1곳을 신설하고 대형병원의 중증환자 병상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장들은 통제불능상태에 직면한 현재 방역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 과감한 대책을 촉구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비어있는 잠실운동장에 모듈러 병상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며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진영싸움을 떠나 협치를 하고 병상 확보와 선별진료소 확장, 현장인력 투입에 과감한 재원을 쏟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인 대안도 여러가지 제시됐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정부나 서울시에서 권역별로 주말이나 야간에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민간 병원의 역량을 보건소 등 공공기관과 공유해 공백을 메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청소년 접종과 3차 접종을 강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정교하게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대상에 따라 진료소를 분산시키자는 의견도 나왔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임시선별진료소와 선별진료소의 검사 대상의 차이를 두고, 반드시 검사해야 하는 대상자는 선별진료소에서 진단하되 나머지는 임시선별진료소로 분산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이선아 기자 agatha77@hankyung.com
서울 방역 최전선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고 있는 구청장들이 전한 방역·의료 현장의 실상이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인력부족으로 역학조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병상이 없어 응급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현장인력들은 극도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
구청장들은 “지역 민간 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단호한 조치없이는 방역·의료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이 붕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준비없는 일상회복에 큰 희생”
15일 한국경제신문이 10명의 구청장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의료 현장상황’에 대한 긴급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구청장들은 “방역·의료 현장에서 가용 가능한 인적, 물적 재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이번 인터뷰에는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이정훈 강동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기점으로 현장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충분한 병상 및 진료소 확충 등 철저한 준비없이 일상회복을 선언했다가 너무 큰 희생을 치르게 됐다는 것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확진자 수가 위드코로나 이전보다 네 배 급증하다보니 역학조사를 당일 벌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예전과 같이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한 감염경로 파악 등 심층조사는 기대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 청장은 “역학조사 지연은 감염 폭증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작용해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더 못버텨” 휴직·사직 속출
현장의 방역·의료 인력난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구청장들은 밝혔다.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관내 코로나 검사건수가 일 평균 5000건 이상으로 두배 늘었고 재택치료자가 일평균 400~500명 나오고 있다”며 “연말연초 지금보다 더 큰 고비가 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2년 이상 지속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번아웃’(무기력)되고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주말에도 방역소독이나 키트배부, 재택치료자 관리 등 본업 외에 추가 업무를 하고 파견업무를 나가야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진료소에서 추위에 대기하는 검사자들의 불만과 민원이 고스란히 현장직원들에게 전해져 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휴직, 사직 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코로나19 업무 부담과 무관치 않다. 한 구청장은 “지난해 민간에서 채용한 보건소 의사와 간호사가 더이상 못 버티고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휴직·사직자는 2017년 564명에서 지난해 945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중앙정부의 방역지침이 오락가락하거나 지역까지 잘 소통되지 않아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 구청장은 전했다. 자가격리 생활지원금 정책변화 등 사전공지없이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업무에 오히려 과부하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중앙정부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방문과 화상회의 등의 소통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장의 문제점이 전달된다 하더라도 개선되지 않는 것이 있다"며 "방역 일선인 지자체에게 먼저 정책 변화를 공지하고 최소한의 준비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행정의 신뢰가 살아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과감한 대책 없인 극복어려워”
각 현장 일선에서는 의료와 방역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서양호 중구청장은 "중구는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지역으로 기본적으로 검사량이 많다"며 "비상근무수당(특수업무수당), 현장근무수당 등을 신설해 코로나 관련 근무 시 최대 초과근무시간 약 1.4배까지 지급한다"고 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기존 3개 선별검사소 외에 검사소를 1곳을 신설하고 대형병원의 중증환자 병상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장들은 통제불능상태에 직면한 현재 방역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 과감한 대책을 촉구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비어있는 잠실운동장에 모듈러 병상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며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진영싸움을 떠나 협치를 하고 병상 확보와 선별진료소 확장, 현장인력 투입에 과감한 재원을 쏟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인 대안도 여러가지 제시됐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정부나 서울시에서 권역별로 주말이나 야간에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민간 병원의 역량을 보건소 등 공공기관과 공유해 공백을 메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청소년 접종과 3차 접종을 강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정교하게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대상에 따라 진료소를 분산시키자는 의견도 나왔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임시선별진료소와 선별진료소의 검사 대상의 차이를 두고, 반드시 검사해야 하는 대상자는 선별진료소에서 진단하되 나머지는 임시선별진료소로 분산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이선아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