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항소 안하기로…"판결 수용, 수험생·학부모·국민에 사과"
이과 상위권 성적 '들썩'…반복된 오류에 수능 재정비 필요성 지적
'오류인정' 수능 생Ⅱ문항 전원 정답처리…강태중 평가원장 사퇴(종합2보)
15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오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전원 정답 처리됐다.

평가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으며 강태중 평가원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재채점돼 오후 6시부터 제공된 생명과학Ⅱ 성적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 수가 119명 줄어들면서 이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가 올해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됐다.

◇ 평가원장 사퇴…전원 정답 처리
강 원장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가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직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입장 발표에 나서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한다"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이 빚어진 데 대해 통렬히 성찰하고,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가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김동영 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수능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입시일정이 임박했고 소송으로 인해 예정 일정의 지체가 일어나고 있어 더 이상 학생들이나 수험생, 학부모에게 피해를 드리는 일은 있을 수 없기에 항소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소송과 관련된 것도 지휘를 법무부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관계기관과 저희 입장을 밝혀서 항소하지 않도록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출제오류가 공식 인정돼 '복수 정답' 또는 '정답 없음'이 인정된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 2017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7번째 수능, 9번째 문항이다.

법정 다툼까지 벌어져 법원의 판단에 의지하게 된 것은 2014학년도 수능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세계지리 8번 문항 논란은 수능이 치러진 지 10개월 지나 2심 판결이 날 때까지 이어졌다.

'오류인정' 수능 생Ⅱ문항 전원 정답처리…강태중 평가원장 사퇴(종합2보)
◇ 재채점후 등급 '들썩'…과탐 변별력 높아져 생Ⅱ 응시생 불리
평가원은 법원 판결로 20번 문항에 대해 '정답 없음'이 결정된 만큼 전원 정답 처리해 성적을 재채점하고 오후 6시부터 수험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원 정답 처리로 평균이 올라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69점에서 68점으로 1점 하락하고 최고점자 수는 6명에서 13명으로 증가했다.

바뀐 성적으로 1등급 커트라인(컷) 표준점수는 65점에서 66점으로 올라갔으며 1등급 학생 수는 309명에서 269명으로 줄었다.

2등급 컷은 그대로 63점이나 학생 수는 508명으로 79명 감소했다.

3등급 컷도 유지됐지만, 인원은 746명으로 109명 늘었다.

1∼2등급 사이, 2∼3등급 사이에 있던 학생 다수의 등급이 재채점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번 결과는 입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는 물론이고 수시 전형의 경우에도 상당수 대학이 수능 최저기준을 두고 있어 이를 맞추지 못한 학생이 추가로 발생했을 수 있다.

입시업계는 올해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이과 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등급이 올라가면서 과학탐구영역 변별력이 특히 높아진 상태인 만큼 이번 사태로 생명과학Ⅱ 선택이 불리하게 작용한 상위권 학생들이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존에 정답을 맞혔던 수험생들의 성적 하락과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 김 본부장은 "완전무결하게 출제하지 못한 출제기관으로서 깊은 책임과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오류인정' 수능 생Ⅱ문항 전원 정답처리…강태중 평가원장 사퇴(종합2보)
◇ 대혼란 초래 평가원 공신력 큰 타격…수능 재정비 지적도
평가원은 불완전한 문항을 출제하고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아 소송전으로 대입 일정 연기와 수험생 혼란을 야기했으며 이의 심사 과정에 이해충돌·불공정 논란마저 불거져 공신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1994학년도 첫 수능이 실시된 이후 출제 오류로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사태가 종종 빚어지고 있어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은 수능 출제-검토-이의 처리 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소송에서 수험생들을 변론한 김정선 변호사는 "평가원은 문제출제, 검토, 채점, 이의신청 및 처리까지 모두 내부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며 진실을 외면했다"며 "평가원과 관련 학회 전문가들의 내부적 이해관계와 자문에 대한 불공정한 해석 등은 앞으로 조사해야 할 감사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 본부장은 "검토위원들이 검토하는 과정에 문제를 풀이하는 데 필요 없는 조건이라고 하는 부분을 지나갔던 것 같다"며 "문항에 오류가 발견되는 부분들까지 검토 과정에서 이뤄지지 못해 완전한 문항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유도 심도 있게 분석해 검토 과정을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수능 문제 오류 검토상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에서도 "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서 공정성, 이의신청 절차 심의에 따른 국민 불신을 없앨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수능이 대학에서 필요한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한다는 취지에서 이미 오래전 벗어난 만큼 현행 수능 중심의 평가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강 원장은 사퇴를 표명하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일이 빚어진 데 대해 통렬히 성찰하고,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