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업무 과부하"…학교 "사고·학부모 반발 부담"
일부 보건소 접종 거부도…도교육청 "17일부터 접종 시작"

보건소 인력이 학교를 방문해 12∼17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찾아가는 백신 접종'에 대해 학교와 보건소 모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학교 등 교육 당국은 '단체 접종이 사실상 청소년 백신을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소들도 기존 업무 외 학교 방문 단체 접종까지 이뤄질 경우 이미 코로나19 장기화로 '번아웃' 상태에 놓인 의료인력들의 업무 과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찾아가는 방문 접종'에 경기도 보건소·학교들 '난색'
경기도 A 보건소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관내 교육지원청에서 1차 수요조사 결과 학생 70명이 단체 접종을 희망한다고 연락이 왔다"며 "학교 한 곳의 접종 인원이 아니라 지역 내 전체 인원이 70명이라는 건데, 이 인원만으로는 '찾아가는 접종'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A 보건소는 교통 약자 등을 위해 시행하는 방문 접종에 예진 의사와 의료지원인력 등 통상 10명을 투입하고 있다.

그 밖에 현장에서 지원해 줄 별도의 인력 5명도 투입한다.

이 관계자는 "방문 접종 한번 나가면 100∼300명 정도 접종하는데, 우리 보건소처럼 관할 지역은 넓고 인력이 제한적인 기관에선 학생 수십 명 접종하려고 현장에 나갈 수가 없다"며 "최근 들어 재택치료자 관리 업무까지 늘어 직원들이 밤낮, 주말할 것 없이 업무에 치이고 있는데 학생 단체 접종까지 하라고 해 너무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A 보건소는 신청 인원에 큰 변동이 없으면 학생들이 보건소에 방문해 접종하는 방안을 교육지원청에 안내할 방침이다.

'찾아가는 방문 접종'에 경기도 보건소·학교들 '난색'
B 보건소 역시 접종 대상 학교 100여 곳 중 신청 인원이 비교적 많은 4개 학교에만 '찾아가는 백신 접종'을 시행하기로 했다.

B 보건소 관계자는 "2년째 지역 보건소는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며 "교육 당국은 획일적으로 찾아가는 백신접종을 하려 하지 말고,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라면 인근 의료기관에서 개별 접종하도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 보건소에선 '찾아가는 학교 접종'을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 학생건강과 관계자는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일부 지역 보건소의 경우 학교 단체 접종이 불가능하다고 해 도청과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단체 접종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C 중학교 교장은 "학교에서 단체 접종을 하다가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는 이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며 "또 그 책임을 학교로 돌리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학교 접종을 꺼리는 교장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교의 경우 이미 50%가 넘는 학생들이 1차 접종을 개별적으로 진행했는데 왜 학교로 떠넘기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접종을 독려하고, 인근 의료기관을 안내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찾아가는 방문 접종'에 경기도 보건소·학교들 '난색'
C 중학교의 경우 접종 대상자의 6%만이 '학교 접종을 희망한다'고 답해, 학교 차원에서 '찾아가는 백신 접종'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학부모가 ''찾아가는 백신 접종'이 청소년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도 교육청, 지역교육지원청, 학교 등으로 반대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하는 것도 교육 당국에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도 교육청은 지난 14일까지 진행한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17일부터 '찾아가는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지역교육지원청별로 지역 보건소와 접종 방식 및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취합된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에서 단체로 접종하는 것보다 개별적으로 접종하는 것을 희망하는 학생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