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조건 문제·부실검증 의혹…혼란 자초한 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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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이 학생들에게 심어준 불신, 사회에 큰 손해"
강태중 평가원장 결국 사퇴…"책임 절감, 사과드린다"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II 출제오류 소송에서 응시생들이 승소하면서 교육당국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불완전한 문항을 출제하고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아 소송전으로 대입 일정 연기와 수험생 혼란을 야기했으며 불공정한 이의 검증 의혹마저 불거져 공신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 선택지 3개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고르는 문항이다.
많은 수험생이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문항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이상 없음'으로 처리했다.
비록 법원이 평가원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으나 사실상 '문제가 있지만 문제를 풀 수는 있다'는 식의 석연치 않은 판단으로 소송으로 이어지고 대입 일정에 혼선을 초래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게다가 평가원이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평가원 간부·직원들이 직책을 맡은 교육학회들을 자문 학회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한국과학교육학회는 "전혀 이상 없으며, 이 문항의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한국생물교육학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지문 설정에는 학문적 오류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 두 학회에는 평가원 수능본부장과 수능출제연구실 소속 직원들이 직책을 맡고 있다.
반면, 과학 전문학회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한국유전학회는 출제 오류로 정답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답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혹은 의견없음)'로 제출했다.
외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집단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 중 하나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빙(Bing) 석좌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연구원들과 이 문항을 논의하고 나서 지난 11일 트위터에 이 문항에 '수학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이며 의과학과장인 김종일 의과대학 교수는 이 문항에 대해 "제시문에 오류가 있음이 명확하며 큰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기관이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중요한 시험인 수능에 불완전한 문제를 출제해 오류 논란을 빚고, 법정에까지 가서 결국 오류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향후 대입을 준비할 학생들에게 교육당국이 큰 불신을 심어준 점이 이번 사태에 따른 최대 타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 응시생은 "수능 연계 교재에서는 문제가 틀렸다는 생각에 출판사 측에 질의했지만, 수능에서는 문제가 틀렸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내 계산이 틀렸다고 생각해 계속 다시 풀었다"고 말했다.
김종일 교수는 "이번 사례는 학생들에게 자칫하면 평가원이 틀린 문제를 낼 수도 있고 그 결정은 웬만해서는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길 수 있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어른들이 어린 학생에 심어주는 불신은 수능 성적을 다시 매기는 것보다 훨씬 더 손해를 우리 사회에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강태중 평가원장은 이날 판결 결과가 나온 뒤 약 한시간만에 입장 발표문을 내고 "수험생과 학부모님, 선생님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강태중 평가원장 결국 사퇴…"책임 절감, 사과드린다"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II 출제오류 소송에서 응시생들이 승소하면서 교육당국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불완전한 문항을 출제하고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아 소송전으로 대입 일정 연기와 수험생 혼란을 야기했으며 불공정한 이의 검증 의혹마저 불거져 공신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 선택지 3개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고르는 문항이다.
많은 수험생이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문항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이상 없음'으로 처리했다.
비록 법원이 평가원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으나 사실상 '문제가 있지만 문제를 풀 수는 있다'는 식의 석연치 않은 판단으로 소송으로 이어지고 대입 일정에 혼선을 초래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게다가 평가원이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평가원 간부·직원들이 직책을 맡은 교육학회들을 자문 학회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한국과학교육학회는 "전혀 이상 없으며, 이 문항의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한국생물교육학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지문 설정에는 학문적 오류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 두 학회에는 평가원 수능본부장과 수능출제연구실 소속 직원들이 직책을 맡고 있다.
반면, 과학 전문학회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한국유전학회는 출제 오류로 정답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답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혹은 의견없음)'로 제출했다.
외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집단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 중 하나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빙(Bing) 석좌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연구원들과 이 문항을 논의하고 나서 지난 11일 트위터에 이 문항에 '수학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이며 의과학과장인 김종일 의과대학 교수는 이 문항에 대해 "제시문에 오류가 있음이 명확하며 큰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기관이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중요한 시험인 수능에 불완전한 문제를 출제해 오류 논란을 빚고, 법정에까지 가서 결국 오류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향후 대입을 준비할 학생들에게 교육당국이 큰 불신을 심어준 점이 이번 사태에 따른 최대 타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 응시생은 "수능 연계 교재에서는 문제가 틀렸다는 생각에 출판사 측에 질의했지만, 수능에서는 문제가 틀렸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내 계산이 틀렸다고 생각해 계속 다시 풀었다"고 말했다.
김종일 교수는 "이번 사례는 학생들에게 자칫하면 평가원이 틀린 문제를 낼 수도 있고 그 결정은 웬만해서는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길 수 있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어른들이 어린 학생에 심어주는 불신은 수능 성적을 다시 매기는 것보다 훨씬 더 손해를 우리 사회에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강태중 평가원장은 이날 판결 결과가 나온 뒤 약 한시간만에 입장 발표문을 내고 "수험생과 학부모님, 선생님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