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단체 "추위 속 사망한 속헹 씨 1주기…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지 1년을 맞아 이주인권단체가 국내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비닐하우스 숙소 개선 등 이주노동자 종합대책 마련해야"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1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농촌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다 돼간다"며 "당시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속헹 씨는 경기도 포천의 한 숙소용 비닐하우스 구조물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지역에는 한파특보 속에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맹추위가 닥쳤으나, 숙소에는 난방이 가동되지 않았다.

속헹 씨는 5년 가까이 일하면서 직장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법과 제도, 정부 정책, 사업주 행태 등 모든 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사업장 변경을 막는 제도, 열악한 노동 환경, 미흡한 의료 지원 등 총체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불법 가설건축물 기숙사를 쓰는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 고용을 불허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사업주가 가건물 숙소를 운영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이주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무엇보다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면서 이주노동자에게 1인당 월 수십만 원을 요구하는 '숙소비 징수지침'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며 "여전히 추위를 견디며 가건물에서 버티는 이주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항의서한과 종합대책 요구서가 담긴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