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출소자 정보수집 규칙' 실효성 없어" 지적
중년 여성과 공범을 잇달아 살해한 권재찬(52)은 과거에 저지른 강도살인으로 2018년 출소한 뒤부터 최근까지 경찰의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가 경찰의 관리를 받던 중 절도와 강도살인 등 범죄를 저지르면서 강력범죄 출소자(이른바 우범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마련한 경찰의 관리 규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권씨는 18년 전인 2003년에 저지른 강도살인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복역하고 2018년 3월 출소했다.

그는 출소 후 경찰청 예규에 따라 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우범자'로 지정됐다.

경찰은 살인·방화·강도 등 강력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가 출소하면 재범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출소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권씨가 출소할 당시 관련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은 올해부터 주요 강력범죄 출소자 등에 대한 정보수집에 관한 규칙으로 바뀌었다.

그는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23년 3월까지 재범 우려가 있는 고위험자로 분류돼 경찰의 관리를 받아야 했다.

올해 규칙이 바뀌면서 권씨와 같은 주요 강력범죄 출소자의 정보수집 기간이 2년으로 줄었다.

출소자 인권을 고려한 개정이었다.

이에 경찰은 올해 초 권씨에 대한 정보수집 기간이 끝났는데도 곧바로 관련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계속 남겨둔 채 관리했다.

또 지난 9월까지 권씨의 재범을 막기 위한 정보수집도 계속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씨는 올해 5월과 8월 심야시간에 인천 지역 공사장에서 몰래 전선을 훔치는 등 2차례 절도를 저질렀다.

그는 지난달 3일 이 절도 사건 첫 재판에도 출석했지만 한 달 뒤인 이달 4일 50대 여성 B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다음 날 여성 시신을 유기할 때 도운 공범마저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사건 때 권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허리 수술을 받은 상태여서 불구속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권씨와 같은 주요 강력범죄 출소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비대면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탓에 추가 범행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당사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주변을 탐문하는 '비대면 간접관찰' 형태로 정보를 수집한다"며 "그마저도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보수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강력범죄 출소자를 24시간 감시할 수 없고 작정하고 범행하면 막을 방법도 없다"며 "권씨가 18년 전 첫 강도살인을 저질렀을 때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제도가 없어 출소 후 정보수집만으로는 재범을 막는게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권씨와 같이 강력범죄로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경찰의 관리를 받던 중에 재차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2016년에도 서울 오패산 터널에서 경찰관을 사제 총기로 쏴 숨지게 한 성병대(당시 45세)가 과거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복역 후 출소한 뒤 경찰의 관리 대상이었지만 범행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과거 저지른 강력범죄로 처벌을 받고 교도소에서 나온 출소자의 인권을 일부 존중하면서도 재범을 막기 위한 경찰의 역할과 권한이 지금보다는 좀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문제는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후 논란이 된 경찰의 무기 사용 문제와 맥락이 닿아있다"며 "인권을 강조하면 멋있기는 하지만 범죄에 대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이 강력범죄 출소자를 직접 만나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주의는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출소자의 주변인들을 만나 수집하는 정보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