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교차로 횡단보도 건너던 초등학생 참변 잇따라
"사고 위험지역 행정조치 필요…운전자 인식도 개선돼야"
'화물차 우회전' 교통사고 빈발…보행자 안전은 뒷전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들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대형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화물차와 사람 간 교통사고는 예외 없이 사망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인천·창원·전주서 초등생 사망사고 잇따라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8시 54분께 인천시 부평구 한 교차로에서 25t 화물차를 몰던 60대 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A(9)군을 치었다.

등굣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A군은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앞서 4일 오후 4시께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교차로에서는 B(13)군이, 지난 9월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교차로에서는 C(12)양이 각각 25t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당시 A군 등은 모두 파란불 보행자 신호를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고, 대형 화물차들은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고 있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화물차 우회전에 따른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25일 충남 당진시 채운동 한 교차로와 지난 3월 18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교차로에서는 각각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들이 대형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 3월 18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 한 초등학교 앞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10살 초등학생이 화물차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사고 이후 학교 정문 앞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허망하게 보낸 너에게, 미안하다 친구야'라는 현수막과 함께 숨진 초등생을 기리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화물차 우회전' 교통사고 빈발…보행자 안전은 뒷전
◇ 교차로 횡단보도 내 화물차 사고 '사망률 100%'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3년간 전국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화물차와 사람 간 교통사고는 모두 91건에 이른다.

피해자 91명은 모두 사망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32건, 2019년 31건, 2020년 28건으로 매년 같은 유형의 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도로교통법 제27조 '보행자 보호' 조항은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는 의무적으로 차량을 일시 정지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화물차 기사의 부주의에 따른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체격이 작은 아이들은 대형 화물차 기사들의 시야에 보이지 않아 사망 사고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개발 사업 등으로 도심 속 화물차 통행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 보행자 안전과 관련한 사각지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사 기간은 한정돼 있는데 교통당국이 일시적인 화물차 통행에 대비해 도로 체계를 임의로 손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에서도 보행자의 안전보다는 일반 차량의 통행 흐름이나 도로 상태 관리에 중점을 둘 때가 많아 위험 부담은 보행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실제로 A군이 숨진 장소 인근에는 2천 세대에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된 이후 화물차 통행량이 크게 늘었지만, 교통안전 시설물 보강 등의 조치는 없었다.

전주 초등생 사고 당시에도 레미콘 화물차가 인근 고시원 신축 공사장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했으나 현장에는 보행자 보호를 위한 어떠한 안전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건설 현장들을 보면 차량 안내를 위한 인력이 배치되는 경우는 있어도 보행자를 보호하는 펜스가 설치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화물차 우회전' 교통사고 빈발…보행자 안전은 뒷전
◇ "사고 우려 시 화물차 통행제한 조치 필요"
거듭되는 화물차 교통사고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물차에 의한 보행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는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소 의원은 지난 8월 경찰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교통사고 위험지역'을 지정하고, 필요에 따라 화물차 등 차량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5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서울 시내 6개 교차로에서 진행한 보행자 횡단 안전 실태조사에는 교차로 우회전 차량의 위험한 습관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을 때 우회전한 차량 823대 중 443대(53.8%)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어도 양보하지 않고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양보'는 차량이 우회전할 때 보행자를 보고 정지 또는 서행한 경우를 의미한다.

221대(26.9%)는 속도를 줄여 지나면서도 보행자의 횡단을 재촉했으며, 나머지 정지한 차량 159대 가운데 45대(28.3%)는 횡단보도 위에서 정지해 보행자 안전에 위협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