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놓고 서로 동상이몽인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코로나 손실보상으로 '100조원 카드'를 꺼내 들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월 임시국회 처리'를 역제안하면서 일견 큰 틀에서 공감대는 형성된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구체적인 절차를 놓고서는 첫 단추부터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는 11일 "여야가 합의해서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다툼을 벌일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추경안 편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가 행정부를 설득해서 먼저 추경안을 편성하고 국회에 제출하게 한 다음 정치인들이 논의하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이 "추경은 현직 대통령의 소관"이라며 "대선 후보가 얘기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 윤 후보와 온도차를 드러낸데 대해 엇박자가 전혀 아니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다.

추경 동상이몽…민주 "여야 합의부터" 국힘 "정부 설득부터"
이런 입장차는 엇갈린 셈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민심에 역행하지 않기 위해 겉으로는 추경에 찬성하고 있지만, 속내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역대 최대인 내년도 607조7천억원 예산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추경을 추진한다는 부담이 크다.

재정여력에 대해 깐깐한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실제로 추경이 편성돼 조기 집행되면, 내년 3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집권여당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추경 동상이몽…민주 "여야 합의부터" 국힘 "정부 설득부터"
이 때문에 12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여야가 책임 공방만 벌이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각 후보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여야 원내 지도부는 벌써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12일 통화에서 "예산편성권도 없는 이재명 후보가 추경하자고 하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후보는 나중에 또 말을 바꿔 '진짜로 추경하자고 하는 건 줄 알았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정부 핑계를 대면서 앞뒤가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