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미세환경서 탐색ㆍ공격 T세포 '연결 고리' 기능
미국 예일 의대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항암 면역치료는 많은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기존 치료법으론 병세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상당수 암 환자들이 면역치료로 효과를 봤다.

항암 면역치료는 인체 면역계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면역 방해 요인을 제거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암 환자가 면역치료에 반응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면역치료를 받은 암 환자 가운데 지속적인 효과를 보는 경우는 약 20%에 불과하다.

미국 예일대 의대 과학자들이 암 면역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치료 결과도 개선하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 자리 잡은 여러 유형의 면역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종양을 찾아내 뿌리 뽑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다.

뜻밖에도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건 B세포였다.

원래 B세포는 같은 병원체가 재감염했을 때 '면역 기억'을 바탕으로 중화 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로 많이 알려졌다.

예일대의 니크힐 조시(Nikhil Joshi) 면역학 조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9일(현지 시간) 저널 '셀(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몇 년 전 과학자들은 폐암 환자의 종양 미세환경에서 림프절과 유사한 특이 구조를 발견했다.

이 구조가 생긴 환자는 치료 예후가 좋아 살아남을 가능성이 컸다.

림프절에서 그런 것처럼 이 구조에서도 많은 면역세포가 생성됐다.

종양을 찾아내는 CD4 헬퍼 T세포(CD4 helper T cell), 종양 공격 항체를 만들어내는 B세포, 종양을 직접 공격하는 CD8 킬러 T세포(CD8 killer T cell)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 '미니 면역계(mini-immune system)'가 어떻게 종양 미세환경에 형성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조시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종양 미세환경에 들어선 '미니 면역계' 세포들이 면밀하게 신호를 주고받는 게 핵심 요인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치료받고 살아남은 암 환자와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실험 결과, B세포가 단순히 암 공격 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밝혀졌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CD8 킬러 T세포의 왕성한 반응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게 바로 B세포였다.

B세포가 CD4 T세포와 상호작용해 표적으로 삼을 종양을 찾아내야 비로소 많은 킬러 T세포가 나서 세차게 종양을 공격했다.

종양이 공격 표적으로 설정되려면 먼저 B세포가 T세포에 신호를 보내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이 발견은 특히 더 효과적인 암 백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이미 T세포를 증강하게 디자인된 몇몇 종류의 암 백신이 개발 단계에 있다.

사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mRNA 백신을 개발한 독일의 바이오엔텍(BioNTech)과 미국의 모더나도 처음엔 암 백신 개발을 목표로 설립됐다.

현재 시험 중인 백신은 흑색종, 교아종(glioblastomas), 폐암 등 몇몇 종양 유형의 미세환경에 활성 T세포가 더 많이 결집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암 공격 항체를 만드는 B세포와 종양을 찾아내는 헬퍼 T세포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효과가 증강한 암 백신을 기존의 면역 치료제와 함께 투여하면 해당 유형의 암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