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시력 저하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노안을 겪는 30~40대도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 시력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한 번 나빠진 시력은 좀처럼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오전 시간에 붉은빛을 쬐면 시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1주일에 한 번 약 3분간 눈에 붉은빛을 쬐고 있으면 시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눈의 망막에는 색깔을 감지하는 원뿔세포(원추세포)와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세포(간상세포) 등 두 가지 유형의 세포가 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붉은빛이 막대세포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원뿔세포의 기능에 집중했고, 붉은빛을 쬐는 것이 색을 잘 구분해내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34세에서 70세 사이의 안과 질환이 없는 참가자 20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67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파장의 붉은빛을 약 3분간 눈에 쬐었다. 실험이 끝난 지 3시간 후 참가자들의 시력을 검사하자 실험 전과 비교했을 때 17% 정도의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고령 참가자는 20%까지 시력이 개선되기도 했다.

실험 후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참가자의 시력을 다시 검사하자 개선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붉은빛을 1주일마다 한 번씩 쬐게 되면 시력 개선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붉은빛이 망막 세포에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것은 ‘미토콘드리아’라고 불리는 작은 소기관이다. 일종의 ‘에너지 공장’이다.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 수가 줄어들면서 세포에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세포 기능도 떨어진다.

붉은색과 같이 파장이 긴 빛은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을 돕고, 이를 방해하는 활성산소(ROS)를 제거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사멸도 막는다. 연구를 주도한 글렌 제프리 UCL 교수는 “기존에 사용되는 심적외선 치료는 2만달러(약 2350만원)의 비용이 든다”며 “훨씬 값싼 비용으로 시력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언제’ 붉은빛을 쬐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아침’이어야 한다는 것. 연구진은 첫 번째 실험 참가자 중 6명을 선발해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이번에는 시력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제프리 교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미토콘드리아의 활동 패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시력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시간과 주기 등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제프리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는 간단한 장비만으로도 출근하면서, 커피를 만들면서 시력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