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석 달 만에 '비관론'서 '낙관론' 우세
D램 현물가격 반등세…'예상보다 짧은 겨울' 전망 잇따라
최근 메모리반도체 D램 현물가격이 2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메모리 다운사이클(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길게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9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이달 7일 3.305달러를 기록했다.

이 제품의 현물가격은 지난 3월 16일 5.300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해서 하락해 지난달 22일 3.16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최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수치다.

D램 현물가격 반등세…'예상보다 짧은 겨울' 전망 잇따라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최근 2주간 4% 이상 올랐다.

반도체 현물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가로, 통상 4~6개월 뒤에는 기업 간 거래인 고정거래가격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에 대량 납품할 때 적용되는 일종의 도매가격이다.

최근 D램 현물가격이 반등한 이유로는 전방업체들의 재고 감소와 서버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이 꼽힌다.

D램 현물가격 반등세…'예상보다 짧은 겨울' 전망 잇따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 및 서버 제조업체의 재고 수준은 기존의 11∼13주와 10주 이상에서 각각 9~11주와 7~9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분기 비메모리 반도체 칩 공급 부족 현상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PC·서버 세트(완성품) 업체들의 생산이 개선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세트업체들의 재고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메모리 업황 부진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9월(4.10달러)보다 9.51%나 급락하면서 '반도체의 겨울'이라는 표현과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D램 가격이 하락 국면에 진입하면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로 메모리 업황 하락세를 예상했던 모건스탠리는 이달 2일 펴낸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D램 업황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모건스탠리는 PC용 D램의 수요 회복 등을 들며 내년 1분기 D램 가격 예상 하락치를 기존 전 분기 대비 10% 하락에서 7% 하락으로 수정했다.

도이치뱅크도 최근 "기업들의 IT 분야 투자와 데이터센터 수요 영향으로 서버용 D램 수요가 늘면서 D램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는 작을 것"이라며 "D램 가격은 내년 2분기 중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KB증권은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에 바닥이 형성된다"고 전망했고, 지난달 씨티그룹은 "PC와 서버 수요 증가로 내년 1분기 D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D램 가격 조정이 끝을 향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메모리 업황에 대한 전망이 빨리 바뀐 것은 과거보다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 폭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D램 가격의 상승과 하강 국면은 각각 6분기 내외로 유지되며 긴 주기를 형성했지만, 이제는 교차 주기가 수개 분기로 짧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한진만 부사장도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 폭이 줄었고, 보유 재고가 낮은 수준이어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비대면 특수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