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수석무용수 체프라소바-디아츠코프
겨울 공연의 대명사 '호두까기인형'. 크리스마스 전날 밤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 클라라가 인형과 함께 꿈속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차이콥스키 음악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매력이다.

특히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은 고전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호두까기인형' 공연에는 대표 무용수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된다.

올해 공연에서는 지난달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입단한 러시아 출신 부부 무용수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33)와 드미트리 디아츠코프(29)가 단연 눈길을 끈다.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호두까기인형' 공연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 커플을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천안예술의전당에서 '호두까기인형'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이들은 "긴장을 많이 한 탓에 데뷔 무대에서 즐기지 못했다"면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공연 후 비워진 느낌이 드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체프라소바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과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디아츠코프는 러시아 크라스노야스크 극장과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각각 솔리스트를 지낸 실력파 무용수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유럽의 무대가 멈추자 러시아 사마라 오페라 발레단으로 자리를 옮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4살 아들과 함께 한국에 온 이들은 그간의 활동 무대인 유럽을 떠나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도전정신' 때문이라고 했다.

체프라소바는 "한 국가나 하나의 무대에서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호두까기인형'에서 체프라소바는 주인공 클라라의 성인 역할로, 디아츠코프는 호두까기 왕자로 무대에 오른다.

그간 여러 무대에서 클라라 역을 선보여왔다는 체프라소바는 "이 작품은 아름다운 판타지를 상상하는 어린 소녀가 어떻게 기적을 꿈꾸고 믿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희망과 기적에 대한 믿음'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1막의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파드되(2인무) 중 아다지오와 마법에 의해 변신한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2막 그랑 파드되를 꼽았다.

두 사람은 '클래식 발레의 문법'으로 통하는 바가노바 메소드(Vaganova method)를 전공했다.

바가노바 메소드는 러시아의 무용 교사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창안한 발레 교육법으로, 섬세함과 정확성에 중점을 두고 무용수의 내면과 표현력을 강조한다.

이 때문인지 디아츠코프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저는 사라진다.

관객에게 작품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이어 "발레는 절대 쉽지 않은 직업이다.

하지만 몸 관리를 잘하고 연습을 열심히 하면 관객은 발레를 그만큼 쉽게 느낄 수 있다.

노력한 것이 무대에서 그대로 보이는 게 바로 발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체프라소바도 "많은 무용수가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춤을 추는 경향이 있는데, 역할을 이해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 무용수의 장점은 뭘까.

체프라소바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필요한지 알 수 있어 무대 위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

서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서로를 지지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들도 무용수로 키우겠냐는 물음에 디아츠코프는 "이 직업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들은 몸이 아닌 머리를 쓰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오는 10∼12일 대전예술의전당과 18∼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두 사람은 대전에서 한 차례, 서울에서 세 차례 무대에 오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