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서 해외여행 경비 받고 불법 영업…국민연금 등에 113억원 손실 끼쳐
'채권파킹 거래' 자산운용사·증권사 직원 20여명 유죄 확정
부정한 방법으로 채권 거래를 하다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에 손실을 끼친 자산운용사 직원과 이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증권사 직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 A(50)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 등 20명의 징역형과 벌금형도 확정됐다.

A씨를 포함한 펀드매니저들은 해외여행비 수천만원 대납 등을 대가로 증권사 직원들과 짜고 '채권 파킹' 거래를 한 혐의를 받았다.

채권 파킹 거래는 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장부에 바로 기록하지 않고 잠시 다른 증권사에 맡겼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결제하는 수법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관과 중개인이 모두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손실을 봐야 하는 불건전 영업 행위다.

A씨는 2013년 5∼11월 시중 증권사들에 소속된 채권중개인과 짜고 4천600억원 상당의 채권을 거래하며 채권 파킹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과 달리 반응해 채권 금리가 급등했고 A씨는 증권사의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며 시장가격보다 싸게 채권을 증권사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는 113억원 상당의 손실이 전가됐다.

검찰은 2015년 A씨를 기소한 뒤 증권사 직원들이 펀드매니저들의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관행이 금융권 전반에 만연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연루자 100여명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했으며, 이 중 1천만원 이상을 주고받은 사람들은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벌금 2천700만원과 추징금 1천300여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연루된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들의 유죄를 인정했다.

2심은 A씨가 기관투자자들에게 가한 손해의 규모를 다시 판단해 특경법상 배임이 아니라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고 형량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경했다.

피고인 대부분의 처벌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선고를 확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