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가계부채, 호주에 이어 2위
옥태종 무디스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7일 진행된 '팬데믹 이후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장기적 리스크'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도 기업들의 대출 상환능력은 부진했는데 최근 빠른 속도로 대출이 늘고 있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주요 20개국(G20) 국가 최초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상돼 1%까지 인상됐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어 "부채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겹쳐 원리금 상환 부담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대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아시아 중 높은 편에 속한다"며 "상환 능력 악화로 대출 유예 등 정책으로 자산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경기 상황과 정부 지원책에 따라 은행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대출도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GDP 대비 국내 가계대출 비중은 103%로, 아시아 중에서 호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들어 이 비율은 104.2%로, 국제금융협회(IIF)가 조사한 37개국 중 유일하게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웃돌았다.
그는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과 증가 폭도 빠른 편에 속한다"며 "은행권의 경우 고신용자의 부채가 많은 만큼 급격한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진 않지만, 저신용자가 많은 비은행 금융업종의 경우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은행인 카드업계의 경우 내년 연체율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위지원 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2019~2021년 빠른 가계대출 증가로 내년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과 총량규제가 동시에 작용되는 가운데 카드사 고객의 65%는 다중채무자로 그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가격도 최근 2년 새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옥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2010년 이후 크게 높아지진 않았지만, 최근 2년 새 상승률은 상당히 높았다"면서도 "아직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자산가격 거품 등이 크게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은행권이 주목해야 할 변화로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꼽았다. 그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는 파일럿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도 파일럿 실험을 준비중"이라며 "도입 및 방법에 따라 기존 은행업과 결제시스템과 관련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채널 비중이 높아지면서 개인정보 관련한 사이버 리스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내년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개인정보 공유 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리스크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