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2억6000만달러 규모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기습적으로 예고한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6일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 고비를 맞는다.

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헝다그룹 계열사인 징청은 지난달 6일 달러채권 이자 875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3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6일까지 갚지 못하면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된다. 달러채권은 미국 채권자들이 많아 현지시간 6일, 한국시간으로는 7일 최종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디폴트가 공식화되면 만기가 남은 다른 채권자들도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만기가 남은 헝다의 달러채권 규모는 192억3600만달러(약 22조7000억원)에 달한다. 헝다는 지난 10월부터 3건의 달러채권 이자를 유예기간 만료 직전 상환했다. 올해 추가로 4건의 달러채권 이자도 갚아야 한다. 그동안 근근히 막아왔던 위기가 한순간에 폭발할 수 있다. 또 채권자의 신청으로 청산 또는 구조조정으로 가는 파산 절차도 시작될 수 있다.

헝다는 지난 3일 밤 2억6000만달러의 채권자로부터 채무 보증 의무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홍콩거래소에 공시했다. 회사 측이 채권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헝다가 보증해 홍콩의 쥐샹이 발행한 달러채권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쥐샹은 지난 10월 만기가 도래한 같은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으며, 당시 헝다가 채권자들과 협의해 채무 상환을 3개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위기 전파 차단에 나섰다. 헝다 본사가 있는 광둥성 정부는 지난 3일 공시 직후 쉬자인 헝다 회장을 소환해 면담하고 실무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실무팀은 내부적으로 경영 정상화와 숨겨진 채무 확인 작업을 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중국 내 채권자들에게 채무 상환 유예를 요구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주택부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중국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헝다 위기는 스스로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확장을 추구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달러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비교적 성숙하고 관련 문제를 처리할 명확한 법적 규정과 절차도 존재한다"며 "단기적 부동산 기업의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정상적 융자 기능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도 헝다의 전체 채무 중 금융권 부채가 3분의 1가량에 그치고 구조적으로도 분산되어 있다면서 금융권의 정상적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헝다 사태로 중국 부동산시장 위축이 더 심해지면서 중국 경제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산업은 중국 GDP의 20~30%를 차지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