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 흔드네"…잘 나가는 ETF에 '고평가' 지적 등장[신민경의 롤링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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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 70조…5년 만에 3배 불어난 ETF 시장
ETF 시장 확대가 주식 거래비용 높여
개별 주가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될 우려도
"거래소·금감원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
ETF 시장 확대가 주식 거래비용 높여
개별 주가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될 우려도
"거래소·금감원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
지난 1일 한국거래소는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급성장을 자축하고 시장 발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초대된 운용사 14곳의 수장들은 이날 거래소에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완화와 자산구성내역(PDF)의 지연공개 등을 요구했고 거래소는 여기에 응답했습니다. "여러 ETF 상품이 적시에 출시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운용사들에 협조를 약속했죠.
거래소는 ETF 시장 확대에 열심입니다. 최근에는 네이버 포스트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 ETF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공격적으로 운영해 줄 사업자도 구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ETF 정보를 제공하는 이렇다할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대표 채널을 자처하고 나선 것입니다. 성숙한 ETF 투자 문화를 위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와 시장 현안을 공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증권시장의 운영 주체인 거래소가 운용사들을 다독이고 마케팅·교육 채널도 키우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크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각종 변이 바이러스로 변동장이 이어지자 소액 분산투자가 가능한 ETF 시장이 대안 투자처로 떠오른 겁니다.
지난 2일 기준 우리나라에선 자산운용사 총 18곳이 ETF 종목 526개를 발행했습니다. ETF에 투자된 총 금액을 의미하는 순자산총액은 70조2841억원가량입니다. 2016년 25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5년 만에 세 곱절이 된 것입니다. 당장 52조원을 기록했던 작년과 비교해도 35%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의 ETF 거래액은 무려 684조원 수준입니다.
국내 ETF 시장에선 2차전지와 메타버스 등 테마형 ETF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높아진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들쭉날쭉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2차전지·메타버스 업종에서 거래대금 선두를 차지한 'KODEX 2차전지산업'과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의 거래액은 각각 1조8674억원, 1조7104억원이 거래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ETF 시장을 향해 "조심하라"며 신중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파생상품학회가 작년 2월 발행한 39쪽 분량의 논문 'ETF 시장 확대가 개별 구성 주식의 행태에 미치는 효과 분석'입니다.
이 논문은 국내 ETF 규모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오히려 시장의 체계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시장이 커지면 ETF의 주식 보유량이 늘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주식의 거래비용이 높아진다고 논문은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장 확대가 ETF를 구성하는 개별 주식의 매수금액을 높여 결국에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 기업 고유의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먼저 논문의 제1저자인 이창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상무는 ETF 구성 주식의 보유수량 증가가 개별 주식의 호가 스프레드(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가격 차)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보유수량 증가가 호가 스프레드를 확대시켜 주식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호가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해당 주식을 거래하기 위한 비용이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높은 가격에 매수하고 낮은 가격에 매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또 고평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분기별 주당순자산비율(PBR)과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재무지표 관련 변수를 활용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ETF 구성 보유 주식 증가가 개별 주식 PBR과 양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주당 장부가치(BPS) 대비 개별 주식의 시장가치를 고평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쉼 없이 성장 중인 ETF 시장에 이런 쓴소리는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이 상무는 ETF 상품과 구성 주식의 가격의 관계가 긴밀한 만큼 투자자들도 ETF로부터 파생되는 부작용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상무는 기자와 통화에서 "ETF 시장의 확대가 되레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내재가치보다 비싸게 살 위험을 초래한다든가 시장이 폭락할 때 그 낙폭을 넓힌다든가 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며 "투자자들이 ETF과 보유주식 간 관계를 파악하면 보다 신중하게 투자전략을 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송준혁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의 정책적인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정책 대응의 예시로는 무엇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 교수는 "거래소와 금감원이 ETF가 주가 급등락에 관여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련 공시를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업계 자율규제 방안과 관련해선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이 발생하는 인버스 ETF 상품을 같이 내놓고 상품들 간 경합하는 환경을 만들면 한쪽으로 치중되는 구조적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거래소는 ETF 시장 확대에 열심입니다. 최근에는 네이버 포스트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 ETF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공격적으로 운영해 줄 사업자도 구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ETF 정보를 제공하는 이렇다할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대표 채널을 자처하고 나선 것입니다. 성숙한 ETF 투자 문화를 위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와 시장 현안을 공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증권시장의 운영 주체인 거래소가 운용사들을 다독이고 마케팅·교육 채널도 키우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크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각종 변이 바이러스로 변동장이 이어지자 소액 분산투자가 가능한 ETF 시장이 대안 투자처로 떠오른 겁니다.
지난 2일 기준 우리나라에선 자산운용사 총 18곳이 ETF 종목 526개를 발행했습니다. ETF에 투자된 총 금액을 의미하는 순자산총액은 70조2841억원가량입니다. 2016년 25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5년 만에 세 곱절이 된 것입니다. 당장 52조원을 기록했던 작년과 비교해도 35%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의 ETF 거래액은 무려 684조원 수준입니다.
국내 ETF 시장에선 2차전지와 메타버스 등 테마형 ETF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높아진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들쭉날쭉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2차전지·메타버스 업종에서 거래대금 선두를 차지한 'KODEX 2차전지산업'과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의 거래액은 각각 1조8674억원, 1조7104억원이 거래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ETF 시장을 향해 "조심하라"며 신중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파생상품학회가 작년 2월 발행한 39쪽 분량의 논문 'ETF 시장 확대가 개별 구성 주식의 행태에 미치는 효과 분석'입니다.
이 논문은 국내 ETF 규모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오히려 시장의 체계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시장이 커지면 ETF의 주식 보유량이 늘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주식의 거래비용이 높아진다고 논문은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장 확대가 ETF를 구성하는 개별 주식의 매수금액을 높여 결국에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 기업 고유의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먼저 논문의 제1저자인 이창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상무는 ETF 구성 주식의 보유수량 증가가 개별 주식의 호가 스프레드(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가격 차)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보유수량 증가가 호가 스프레드를 확대시켜 주식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호가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해당 주식을 거래하기 위한 비용이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높은 가격에 매수하고 낮은 가격에 매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또 고평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분기별 주당순자산비율(PBR)과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재무지표 관련 변수를 활용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ETF 구성 보유 주식 증가가 개별 주식 PBR과 양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주당 장부가치(BPS) 대비 개별 주식의 시장가치를 고평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쉼 없이 성장 중인 ETF 시장에 이런 쓴소리는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이 상무는 ETF 상품과 구성 주식의 가격의 관계가 긴밀한 만큼 투자자들도 ETF로부터 파생되는 부작용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상무는 기자와 통화에서 "ETF 시장의 확대가 되레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내재가치보다 비싸게 살 위험을 초래한다든가 시장이 폭락할 때 그 낙폭을 넓힌다든가 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며 "투자자들이 ETF과 보유주식 간 관계를 파악하면 보다 신중하게 투자전략을 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송준혁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의 정책적인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정책 대응의 예시로는 무엇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 교수는 "거래소와 금감원이 ETF가 주가 급등락에 관여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련 공시를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업계 자율규제 방안과 관련해선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이 발생하는 인버스 ETF 상품을 같이 내놓고 상품들 간 경합하는 환경을 만들면 한쪽으로 치중되는 구조적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