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기시다 정권 외교정책은 아베의 연장선"
"대만해협 대립 촉발해 개헌 목적 달성하려는 게 아베 의도"
"아베는 아직 안 떠났다"…대만 발언후 중국서 경계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중국에서 일본의 현 기시다(岸田) 정권에 드리운 아베의 막후 영향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1일 대만 싱크탱크 주최 온라인 강연에서 "대만의 유사(有事·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미일) 동맹의 유사이기도 하다"며 "군사적 모험은 (중국이) 경제적 자살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고, 중국 외교부는 그날 밤 주중 일본대사를 급히 불러 항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는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 대사에게 "불장난을 하다가 불에 타 죽는다"는 외교 무대에서 보기 드문 원색적 언어를 사용했다.

아베는 총리에서 물러난 지 1년 2개월 지난 현직 국회의원(중의원)인데 중국이 현직 총리 또는 외무상의 발언에 준하는 대응을 한 것이다.

이런 이례적인 대응은 아베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총리의 대중국, 대미 정책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중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3일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언론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가 대만 관련 발언을 하기 전 기시다 총리를 20분간 만났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의 롄더구이 일본연구소장은 "기시다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 아베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아베 파벌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 대가로 아베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놔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롄 소장은 또 기시다 총리가 '대만 카드'를 자주 사용하는 미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 '아베의 입'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첨언했다.

칭화(淸華)대 류장융 현대국제관계연구소 부소장은 11월 미·중 정상의 화상 회담 이후 미·중 관계가 개선의 조짐을 보이는 데 일본이 초조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미·중 간 최대 이슈인 대만 갈등을 촉발시키려는 시도로 아베 발언을 해석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샹하오위 연구원은 "아베 전 총리의 또 다른 주요 목표는 대만해협에 긴장을 일으키고 대립을 촉발해 개헌 추진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기시다 내각이 아베의 영향력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기시다의 정치와 외교 정책은 아베의 연장선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글로벌타임스의 소리'라는 별도의 글에서 "일본 정부가 (아베의 발언을) 공식 기조로 채택할지는 미지수지만 아베 발언과 같은 도발적 발언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지역의 경제협력 기반을 훼손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