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링 바꾼 석열이형…'NO 원고' 자신감 내세워 청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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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2박3일' 일정마다 유튜버 운집…취재환경 편의 제공도
(세종·대전·청주·천안) 이은정 기자 = "제 모토가 그렇다. 어떤 일이든 늘 이해관계자에게 물어보고 해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대선을 100일 앞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2박 3일의 충청 일정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저는 기본적인 얘기만 드리고, 오늘은 많이 들으러 왔다"라고 말문을 뗐다.
정치 입문 5개월째인 '정치 신인' 윤 후보에게 지역 탐방은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받는 일종의 '대권 과외 수업'이었다.
대학생, 원자력 연구원, 기업인, 중소기업인, 문화·예술인, 자영업자 등을 만나 간담회를 할 때마다 "정책보다 여러분 만나서 현장 얘기를 듣는 게 저한테는 큰 공부"라며 펜과 메모장을 들었다.
"대통령이 되면 '혼밥'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점심과 저녁을 먹을 때에도 지역 사회 청년이나 자원봉사자, 지역 정치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고 한다. ◇ 달라진 스타일링에 NO원고…자신감 붙은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진통을 겪으면서 경쟁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비교해 지역 행보 시작이 늦어졌지만, 달라진 외모만큼이나 윤 후보의 발걸음엔 자신감이 차 있었다.
헐렁하던 바지통은 줄어들었고, 넥타이 대신 셔츠 위에 니트를 입어 스타일링의 변화를 줬다. "원래 아침에 나올 때 얼굴에 로션도 잘 안 바르고 다니는 사람"이었다던 그는 이제 머리에 볼륨을 주고 눈썹도 또렷하게 그리고 다닌다.
경선 기간 때마다 보고 읽었던 모두발언 원고가 쓰인 A4 용지나 프롬프터는 자취를 감췄다.
간담회 전체를 언론에 공개하고, 발언 시간도 길어졌지만 참고 자료를 보지 않고 소화해냈다. 전날 밤마다 참모들과 함께한 "피 나는 공부와 훈련의 결과물"이라는 후문이다.
마지막 날 천안에서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제가 하는 공약을 보고 대체 영양가도 없는데, 돈 쓴다고 한다면 (나를) 찍지 말라. 그런 걸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자신의 공약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치기도 했다.
날마다 일정을 끝마치고 출입기자단이 타고 있는 버스에 올라타 "오늘도 고생 많았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 아킬레스건인 청년층 비호감도…접점 늘리기로 약점 보완
윤 후보의 대표적 아킬레스건은 청년층 지지율이다. 경선기간 경쟁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비교해 20·30세대로부터 '비호감' 딱지가 붙은 그였다.
홍 의원의 압도적 20·30 지지율이 최종 후보 선출 후 윤 후보에게 옮겨오지 못하고, 탈당 러쉬가 벌어졌던 건 윤 후보에게 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의 2박 3일은 매일 같이 청년 중심으로 흘러갔다. 1일 1회 청년 간담회는 물론 비공개 일정 중에도 청년과 자주 함께했다고 전해진다.
윤 후보는 정해진 시간이 지났다는 사회자의 말에도 "질문을 더 몇 개 받고 싶다"고 하거나, 언론을 물리고 비공개로 대화를 더 이어가는 등 청년들과의 시간만큼은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첫날 대전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는 '1시간 지각'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탕수육은 '부먹'도 '찍먹'도 아니라 간장에 찍어 먹는다",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자주 듣는다" 등 개인적 취향을 공개하며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는 시도도 했다.
대전에서의 간담회에서는 '후보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한 청년의 건의에 윤 후보는 즉각 옆자리에 앉아있던 30대 청년 김인규 부대변인에게 "아이디어가 좋으니 실행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선대위 청년위원장을 직접 맡은 윤 후보의 '1호 지시'인 셈이기도 하다.
행사가 끝날 때마다 '인증샷'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석열이형'처럼 함께 사진 찍는 청년들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싸는 모습도 연출했다.
홍 의원이 좋아 국민의힘 입당까지 했다는 목원대 공과대학 학생회장 윤여운(24)씨는 간담회장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는 20·30대 지지자가 별로 없긴 하다"면서도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좋게 생각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 윤석열이 뜨는 곳엔 언제나 유튜버가 있다
윤 후보가 가는 곳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보수 유튜버들이다.
휴대용 삼각대에 핸드폰과 보조배터리를 장착한 유튜버들은 윤 후보의 2박 3일 일정을 모두 따라다니며 '밀착취재'를 했다.
윤 후보와 캠프 차원에서도 유튜버의 취재를 특별히 배척하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실내 인원을 제한할 때도 유튜버 몫의 자리가 주어졌다.
통상 출입기자로만 취재단을 구성했던 과거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다.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유튜버들이 퇴장하더라도 삼각대를 설치해 윤 후보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
문제는 유력 대선 후보의 취재현장인 만큼 취재기자, 카메라 기자, 유튜버 그리고 경호 인력 수십 명이 몰려들면서 자리싸움이 벌어져 일대 혼란을 빚는 일도 부지기수였다는 점이다.
간혹 유튜버의 현장 출입이 제지되면 이들이 "우리도 언론이다"라며 고성으로 항의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천안 폴리텍대학 건물 안에서 한 유튜버가 "경호실장을 불러내라"라고 고함을 치며 벌어진 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세종시에 산다는 50대 이모 씨는 "길거리에서 상대편에 대한 욕설을 섞어 방송하는 걸 듣다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as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