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삭감한 혁신교육지구·주민자치회 예산은 증액…충돌 불가피
서울시의회, 안심소득·서울런 등 '오세훈 예산' 줄줄이 삭감(종합2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오세훈 시장의 공약 사업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다.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일 예산안 심사 결과 내년 안심소득 시범사업 예산 74억원 전액과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예산 60억8천만원 전액을 삭감하는 안을 가결했다.

안심소득은 기준소득에 못 미치는 가계소득의 부족분을 시가 일정 부분 채워주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소득보장제도다.

시는 내년 500가구에 이어 2023년에 300가구에 안심소득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시의회에서는 지원 대상이 턱없이 적어 '로또'와 다름없다며 반대해 왔다.

서울형 헬스케어 시범 사업인 '온서울 건강온'은 서울시가 시민 5만 명에게 스마트밴드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지난달 진행된 1·2차 참가자 모집은 신청자들이 몰리며 조기 마감됐다.

그러나 이번 시의회 복지위 심사에서 "아직 상위법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 관련 예산 168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또 청년들에게 1인당 연간 10만원의 대중교통비를 지원하는 청년대중교통지원 예산 153억원도 모두 깎였다.

반면 시가 대폭 삭감했던 사업 예산은 줄줄이 복원됐다.

혁신교육지구 예산은 60억원, 자치회관 운영 및 주민자치회 활성화 지원 예산은 80억원이 각각 증액돼 삭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더불어민주당 채유미 시의원은 "잘 운영되던 마을·주민자치 사업들이 팔다리가 잘려서 예산이 올라왔다"며 "사업 지속성을 위해 관련 예산을 원상회복하는 데 중점을 뒀고, 현금 살포성이나 일회성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소양 시의원은 "신규 사업은 팔다리를 다 자르고,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위한 첫걸음은 내딛지도 못한 채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던) 4월 7일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전날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서울시의 내년 TBS(교통방송) 출연금을 136억원 증액하는 안을 가결했다.

서울시가 삭감한 출연분 123억원을 전액 복원하고, 여기에 추가로 13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같은 날 도시계획관리위원회도 서울시가 대폭 삭감했던 도시재생지원센터 예산을 42억원 증액했다.

반면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지천 르네상스'와 관련한 수변중심 도시공간 혁신 예산 32억원은 전액 삭감했고, 또 다른 역점사업인 장기전세주택 건설 추진 출자금은 40억원 깎았다.

상임위원회 심사 결과는 3일부터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진다.

예결위는 상임위 심사 결과를 토대로 본심사를 한 뒤 예산안을 조정해 16일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한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증액되면 본회의 전 상임위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어 심사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시의회 안팎의 관측이다.

삭감된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당장 내년 서울시의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시의회가 증액한 사업도 서울시의 동의 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하다.

향후 예산 논의 과정에서 시의회와 서울시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바로세우기'와 관련해 삭감한 예산을 시의회에서 다시 증액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요 공약 사업이 예산 삭감으로 차질을 빚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