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지속적인 폭언을 해 정서적 학대라는 판단이 나왔지만 정작 학교 측은 늑장 조치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 모 중학교 국어 교사 A씨는 1학년 학생 B양에게 지난 3∼4월 지속적으로 폭언을 했다.

A씨는 성대 결절 치료를 받고 있던 B양이 인사 구령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인사가 장난이냐"며 소리를 지르거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너 때문에 돌아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다른 학생들 앞에서 "XX 것들이 정신 나갔느냐"거나 "말도 더럽게 안 듣는다"는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 부모는 지난 4월 말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학교 측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자 6월 시교육청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이후에야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에 아동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했으며, 구는 조사를 거쳐 지난달 말 A씨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B양에 대해 욕설을 한 학생 4명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봉사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상담 치료를 받고 있는 B양은 지난 5월 10일 학업 유예 서류를 제출해 현재 정원외 관리 학생으로 분류된 상태다.

B양 부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교 측은 시교육청 민원이 들어가고 나서야 학대 의심 신고를 구에 접수했다"며 "학교 측에 유예를 신청하면서 사과 편지를 요청하자 '이제 그만 좀 하시면 안 되겠느냐'고도 답했다"고 토로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부모 민원을 받은 뒤 절차에 맞게 사안을 처리했으며 별도 감사에 따라 처분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학교에서는 교사가 지도 과정에서 한 발언으로 판단해 학대라고 인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구에서 정서적 학대라는 판단이 나온 만큼 아동학대 여부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