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헤알화 약세·고물가·공공부채 증가로 어려움 예상
내년 브라질 경제 90년대이후 최악 전망…"차기 정부에 큰 부담"
내년 브라질 경제 상황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나쁠 것으로 전망되면서 차기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와 헤알화 약세, 물가 상승, 공공부채 증가 등이 계속되면서 내년 10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정책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브라질 주요 매체들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의 조사에 답한 전문가들은 차기 대통령이 1994년 '헤알 플랜'(Real Plan) 도입 이래 최악의 위기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헤알 플랜은 연간 물가 상승률이 수천%에 달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 달러화와 교환 비율을 1대 1로 묶는 고정환율제를 바탕으로 헤알화를 새 통화로 도입한 방안이었다.

브라질 경제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3%에서 5.1%로, 내년 전망치는 2.5%에서 2.1%로 낮췄다.

그러나 시장은 올해 4.88%·내년 0.93%로 더 냉정하게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최근 12개월 물가 상승률은 10.25%로 집계됐다.

12개월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6년 2월(10.36%) 이후 5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물가 상승 압력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2001년 달러당 2.3헤알 선이었으나 올해 말에는 달러당 5.5헤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실업률이 13%에 달할 정도로 고용환경이 악화하고, 극빈층이 전체 국민의 13%를 차지해 빈부격차가 심화한 점도 차기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할 전망이다.

앞서 또 다른 유력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선거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2018년 대선에서 부패 문제가 최대 화두였다면 내년 대선에선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13년 이상 계속된 좌파 정권에 대한 피로감과 2014년부터 시작된 권력형 부패 수사 속에 치러진 2018년 대선에서는 아웃사이더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극우 돌풍'을 일으키며 승리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역시 고질적인 부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독단적인 국정운영 행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경제실적이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내년 대선에서 재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고 있으나 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선거 때까지 지지율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