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4116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진단키트 관련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에도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진단키트 업체들이 팬데믹 기간에 벌어들인 현금으로 신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다각화에 따른 장기 성장성을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진단키트 수요 지속

진단키트株 다시 반등…"다각화로 성장 지속"
이날 씨젠은 12.97% 급등한 6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0.98% 상승한 5만1600원에 마감했다.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달 들어 각각 17.86%, 12.66% 오르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진단키트 관련주는 실적이 올해에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꺾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씨젠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4.87% 급락했고,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상장일(7월 16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24.92% 빠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33.3%, 36.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등의 계기가 된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이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진단키트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국내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섰고, 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확진자 급증으로 봉쇄 조치를 재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진단키트 업체의 실적 둔화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고, 여전히 정부 주도의 방역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나라도 많다”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는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진단키트 업체의 실적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207억원이다. 3개월 전 추정치(5970억원)와 1개월 전(6175억원)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주가가 악재를 미리 반영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줄었다. 이지수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8.6배, 7.1배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진단키트 매출 감소를 감안해도 세계 진단기업 평균 PER(25배) 대비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업 다각화 기대

체외진단시장 전반의 성장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매출이 줄더라도 다른 제품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진단 중심으로 바뀌면서 체외진단시장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며 “체외진단 영역도 감염성 질환에서 암 조기진단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외진단은 인체로부터 채취한 검체(타액, 혈액, 소변, 대변 등)를 활용해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분자진단, 면역진단, 혈액진단 등 여러 기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분자진단은 비용과 검사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정확도가 매우 높다. 면역진단은 낮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씨젠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기반의 분자진단 전문 업체다. 반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면역진단, 분자진단, 현장진단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신제품 출시와 사업 다각화로 코로나19 진단키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팬데믹 기간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최근 브라질 진단기업 에코디아그노스티카와 연속혈당측정기기 업체 유엑스엔을 인수했다. 이 연구원은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기업 M&A를 고려하고 있다”며 “씨젠은 외국 진단기업을 인수해 분자진단 이외의 다른 영역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