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한국 주식시장이 세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외국인들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과 관련된 문제가 단순한 공매도 시장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은 2019년 5월 코스닥에 상장한 게임업체 SNK 이야기입니다. 여의도에서 SNK는 중국과 일본 자본이 기획한 ‘주식판 대장동’ 사태로 불립니다. SNK를 보면 외국 자본이 한국에서 어떻게 돈을 빼먹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킹오브 파이터즈, 메탈슬러그 등 오락실 게임으로 유명한 SNK는 일본 회사지만 2015년 중국 기업에 인수됐습니다. 2019년 5월 상장 당시 SNK의 최대주주는 중국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법인이었습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SNK는 한국거래소 본관에서 성대한 상장식을 열고 국내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상장일로부터 1년3개월 뒤인 2020년 8월 4일 SNK는 스톡옵션(신주예약권)을 지급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사풍, 왕소각, 와카야마 신이치로 등 중국과 일본인 임직원 31명이 대상입니다. 행사가격은 주당 0.1원입니다. 당시 SNK의 주가는 1만2900원이었습니다. 본래 주가의 13만분의 1 가격에 사는 권리를 준 것입니다. 스톡옵션 행사 시작일도 공시 다음날인 8월 5일로 잡았습니다.
SNK가 주당 0.1원에 지급한 스톡옵션 내역.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SNK가 주당 0.1원에 지급한 스톡옵션 내역.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0년 12월 사업보고서 기준 임직원 31명은 부여받았던 52만8200주를 전량 행사했습니다. 모든 직원이 최소 13만배에서 27만배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중국과 일본인 이사진은 각 6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받았습니다. 6만5000주를 원화로 6500원에 받아 7억8000만원~17억5000만원에 되팔았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단돈 몇 천원으로 수 억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SNK는 상장 시점부터 이를 계획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SNK는 상장 직후인 2019년 8월~11월 52만8203주의 자사주를 취득했습니다. 자사주로 취득했던 52만8200주는 1년 뒤 고스란히 중국과 일본인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으로 지급됐습니다.

SNK뿐만이 아닙니다. 1조원 규모의 마스크 수출 사태를 일으킨 엘아이에스도 코스닥에 상장된 중국계 회사입니다. 작년 12월 엘아이에스는 9820억원어치 마스크를 태국 더블에이(Double A) 그룹에 수출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7000원대였던 주가가 1만300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1주일 뒤 계약금이 미입금됐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4000원대까지 폭락했습니다.

개인들은 작전 의혹을 제기합니다. 주가가 급등할 당시 ‘기타법인’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기 때문입니다. 기타법인은 투자조합이나 일반 상장법인 등을 의미합니다. 한 주주는 “1조원 마스크 수출 계약을 공시한 후 주식을 팔기로 합의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태로 개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엘아이에스는 3800만원의 제재금만 한국거래소에 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