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성별을 남성과 여성이 아닌 X로 표시한 여권을 처음 발행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거부하는 논바이너리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이정표가 세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X 성별 표시가 있는 첫 미국 여권이 발급됐다"며 "내년 초에 필요한 시스템과 양식 업데이트를 마치면 모든 여권 신청자들에게 이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뿐만 아니라 출생증명서에도 X 성별 사용이 가능해 진다. 의사 소견 없이 개인이 자신의 성별을 선택해 표시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에 거주하는 약 400만명의 논바이너리·인터섹스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이 여권이나 공식 신분증에 'M(Male·남자)' 또는 'F(Female·여자)' 대신 X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논바이너리는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인터섹스는 전형적인 여성 및 남성과 다른 생물학적 구조를 나타내는 상태를 뜻한다.



이날 국무부는 최초의 X 성별 여권을 발급받은 사람이 누군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AP통신은 미 콜로라도주에 거주하고 있는 다나 짐(63)이 첫 수령자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짐은 모호한 신체적 성별 특징을 갖고 태어났다. 완전한 남성이 되기 위해 서너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성공적이진 않았다고 한다. 그는 남성으로서 해군에서 복무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자신이 인터섹스임을 인지하고 나서부터는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해외에서 열리는 인터섹스 인권 단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여권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X 성별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문제 의식을 느끼게 됐고, 2015년부터 성별 표기 문제로 국무부와 소송을 벌였다.

짐은 "마침내 여권을 얻게 돼 매우 기쁘다"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완전한 시민으로 인정받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나는 골칫덩이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에 앞서 캐나다 독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여권에 제3의 성을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