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치러진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중개 수수료 낮춰 주세요."

'반값 복비' 방안으로 불리는 새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이 이달 중순부터 적용됐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처럼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는 요청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 부담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매물을 소개하고 서류에 도장 몇개 찍어 주는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다.

바꿔 말하면 공인중개사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으로 인식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30대 청년층까지 고용불안의 대안이자 재테크의 수단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택하는 추세다. 올해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에는 역대 최대 인원의 응시생이 몰려들었다.

오는 30일 치러지는 32회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에는 40만8492명이 응시했다.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4만5728명 늘었다. 응시생이 밀려들면서 지난 8월 접수 당일 접수 사이트가 3~4시간 동안 마비됐다. 이 때문에 일부 응시생들은 접수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시험은 ‘국민 고시’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어왔지만, 올해 유독 응시자가 폭발했다. 취업난에 집값이 폭등하자 부동산 공부를 겸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층 응시생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시험 접수자의 연령대는 40대 32%, 30대 29%로, 30∼40대가 10명 중 6명을 차지했다.

젊은층이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는 의견이 많다. 집값이 급등해 중개수수료도 덩달아 뛰면서 1~2건의 거래만 성사해도 수익이 적지 않다. 거래금액이 크면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번에 벌 수도 있다.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모습. /뉴스1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을 낮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수수료율은 거래금액에 따라 0.4~0.7%로 책정된다. 서울 평균인 12억원짜리 아파트를 중개했다면 요율 0.5%를 적용해 수수료는 600만원이고, 매수·매도인에게 각각 받을 수 있다. 1건 중개에 총 12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1채를 20억원에 중개했을 경우 수수료는 2800만원에 달한다.

다만 고소득을 올리는 공인중개사도 있지만 실제로는 최저 생계비도 못 버는 영세 공인중개사가 더 많다는 게 중개사 업계의 주장이다. 시장은 점점 포화상태인데 중개앱 수수료와 광고비 등 추가 비용이 늘면서 수익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협회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간이과세자가 개업 중개사 중 55%에 달한다. 간이과세자는 연간 매출액(부가가치세 포함)이 8000만원에 미달하는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말한다. 이를 근거로 협회는 공인중개사들의 연소득이 평균 1500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인 가족 최저 생계비 35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작정 응시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발급 대상자는 42만명에 달한다. 그중 실제로 중개사무소를 개업한 사람은 11만여명에 불과하다. 시험 최종 합격률도 20∼30%로 높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폐업하는 공인중개사들도 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내놓은 통계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폐·휴업한 공인 중개업소는 1만2860건이다. 개업은 1만7561건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만큼 폐업도 하는 셈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