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호 /사진=11번가 제공
배우 김선호 /사진=11번가 제공
요 며칠 배우 김선호의 사생활 논란이 뜨거운 감자였다. 전 여자친구가 교제 중 아이를 가졌으나 김선호의 요구로 중절 수술을 했고, 이후 만남을 이어가다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받았다고 폭로한 것. 이에 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의견과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공론화됐다는 지적이 공존하며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혼인 빙자', '낙태 종용' 등의 단어가 들어간 폭로글에는 상대가 'K배우'로만 명시되어 있었지만, 글에 담긴 정황, 묘사 등으로 네티즌들은 금세 K배우가 김선호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파장은 컸다. 김선호는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데뷔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로가 나온 날은 드라마의 마지막 방송 날이었다. '갯마을 차차차'는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한 힐링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품이었기에, 타격은 배가 됐다. 김선호가 평소 바르고 건실한 이미지를 고수해왔다는 점 또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선호는 사과했고, 전 연인은 "오해를 풀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당사자들 간의 문제는 어느 정도 매듭 지어졌으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측과 루머가 이어지며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분명해진 것은 단숨에 꺾인 김선호의 상승세다. 사생활 논란은 '낙태 종용'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활동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갯마을 차차차'는 흥행의 맛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됐고,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은 김선호의 하차를 결정했다. 김선호의 출연을 확정했던 영화들도 줄줄이 취소를 결정했다.
김선호가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가 '갯마을 차차차' PPL에 참여한 모습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김선호가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가 '갯마을 차차차' PPL에 참여한 모습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광고다. tvN '스타트업'에서 서브 남자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지대한 사랑을 받았던 김선호는 해당 작품을 계기로 몸값이 크게 뛰었다.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그는 올해에만 10개가 넘는 광고를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정적인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약금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광고 모델이 논란을 일으켜 이미지를 실추시킬 경우, 광고주가 지급한 광고료의 2배, 많게는 3배까지 위약금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광고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덩달아 몸값이 높아지는 반면 그만큼 리스크에 대한 위험도도 커지는 셈이다. 특히 일약 스타덤에 오른 '대세' 연예인의 경우 다수의 광고 계약을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하기 때문에 부담은 더 커진다.

소비자의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한 기업들은 부정 이슈에 재빠르게 '손절' 카드를 꺼낸다. 광고 모델의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면 이 또한 손해로 여겨지는 특성상 비판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선호의 사례만 봐도, '갯마을 차차차' 마지막 방송에서 김선호는 점심을 먹자며 자신을 찾아온 이상이(지성현 역)에게 별안간 피자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두 판 시켜주면 안 되냐", "라지 사이즈로 해달라"는 말과 함께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앱으로 주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후 "너무 맛있다", "진짜 맛있다" 등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피자를 먹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참 그려졌다.

김선호가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도미노피자의 PPL(간접광고)이었다. 마지막 회는 과도한 PPL로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극의 흐름을 깨는 이 어색한 PPL 장면이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로 배우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높았던 점을 배제할 수 없다. 무리한 설정임에도 웃어넘길 수 있었던 데에는 작품과 배우를 향한 호감도가 전제가 됐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브랜드는 제일 먼저 김선호를 지워냈다. 마지막 방송에서 열심히 홍보한 게 독이 된 셈이다. 그간 김선호를 전면에 내세웠던 도미노피자는 유튜브, SNS 등에서 그를 내렸다. 김선호가 입장을 발표하기도 전이었다.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논란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게 '광고'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연예계 기획사 관계자는 "스타들의 몸값이 억대로 올라가면서 광고 위약금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 광고 건을 해결하는 게 우선순위가 됐다"면서 "일반적으로 피해 보상 조항이 있기 때문에 여러 사안을 검토한 후에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에는 네티즌들이 기업 측에 직접 '광고를 내리라'고 항의하는 일이 많아져서 소속사의 확인 과정이 길어지거나 입장 발표가 지연되면 기업 측이 먼저 대응할 때도 있다. 이미 대중들은 광고 계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 모든 의혹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선호가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캐논코리아, 푸드버킷, 11번가, 라로슈포제, 나우 등 그가 광고 모델이었던 브랜드들이 일제히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김선호에 앞서서는 연예계에 학교폭력 논란이 거세게 일며 그룹 (여자)아이들 수진, 에이프릴 나은, 스트레이키즈 현진 등이 광고계에서 손절을 당했고, 배우 서예지도 전 연인 김정현에 대한 가스라이팅 의혹이 불거지며 출연 광고 중단이 잇따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한 '연예인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깊다. 사생활 영역은 소속사에서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헌데 광고 계약을 맺을 기업이 이를 검증하기란 더 쉽지 않다. 결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세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최고의 효과를 내고자 하는 전략과 리스크에 대한 위험이 충돌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과도하게 치솟은 연예인들의 몸값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상 인간이 유력한 '스타 마케팅' 대체재로 거론되고 있다. 광고 모델비와 리스크를 낮춰 고효율을 내자는 측면에서다.

실제로 가상 모델에 대한 기업들의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MZ세대의 IT 활용도가 커지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콘텐츠가 증가하며 가상 인간의 활동 범위는 광고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모습만으로 '완판', '매진'을 일으키는 스타 영향력을 따라잡을 대중적 공감을 가상 인간이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도 많거니와 구매력이 높은 팬덤 파워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뷰티 쪽에서는 인플루언서로서의 파급력이 중요해 '연예인 리스크'에 대한 고민은 양날의 검처럼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거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연예인에 대한 폭로가 쉽게 가능해지면서 광고 계약 시에도 관련 조항들을 더 세부적으로 명시하는 곳들이 생겨났다"고 귀띔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