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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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선이 붕괴됐다가 다시 회복되기까지 매도 물량을 쏟아냈던 외국인들이 LG화학,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 등 친환경 테마에 포함된 주식은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475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해 지난달 순매수 규모 2조637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다가 9월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이달 들어 9거래일만에 지난달 사들였던 규모 이상으로 팔아치웠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 순매도 규모의 82.76%가 삼성전자(2조37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2702억원)에 집중됐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 더해 한국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면서 지난달 7만4100원으로 마감된 삼성전자는 이달 12일에 7만원선이 무너졌다가 사흘만인 15일에 회복했다. 다만 15일 장중에 7만100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며 7만100원으로 겨우 턱걸이했다. 삼성전자 이외도 삼성SDI(1841억원), 카카오뱅크(1121억원), 삼성전기(1062억원) 등이 순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도 규모에 비해서는 작지만 외국인들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한국가스공사 등 주로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매수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LG화학 주식을 3675억원 어치 사들였다. 특히 지난 12일에만 169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전기차업체 GM이 전기차 화재 관련 리콜 비용 합의를 한 영향이다. 특히 리콜에 소요될 비용 70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으면서 3분기 실적이 기존 전망치를 대폭 밑돌 가능성이 커졌지만, 외국인들은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였다. 기관 역시 이달 들어 LG화학 주식을 1371억원 어치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 덕에 한동안 맥을 추지 못했던 LG화학 주가는 강하게 반등했다. GM과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인 지난 8일 76만4000원에 마감됐던 LG화학은 14일 84만8000원으로 3거래일만에 10.99% 상승한 뒤 15일에는 1.42% 조정을 받아 83만6000원을 기록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한국가스공사는 세계적인 에너지난의 수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SK이노베이션 주식을 1168억원 어치를, 한국가스공사 주식을 610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지역에서 날씨 변화로 전력난이 우려되자,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한 수혜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2.28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9.66% 올랐다. WTI는 지난 11일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돼 2014년 10월31일 이후 7년여만에 80달러선을 넘어섰다. 유럽 지역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가격도 연초 대비 4배 가량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화석연료 가격 상승세가 지난 8월부터 시작됐던 터라 SK이노베이션과 한국가스공사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달 종가 대비 SK이노베이션은 2.45% 하락한 25만8500원에, 한국가스공사는 0.51% 오른 4만8900원에 각각 15일 거래를 마쳤다.

에너지 관련 기업 외에도 이달 외국인 순매수 규모 상위에는 한화솔루션(816억원)과 KB금융(711억원)도 포함됐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