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반영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곧 등장할 것이란 기대 덕분이다.

14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께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소폭 오른 개당 5만76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개월 기준으로는 20% 넘게 뛴 가격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이더리움 가격 역시 개당 3800달러를 넘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빠르면 다음주 중 비트코인 선물을 사고 파는 ETF에 대한 당국 승인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프로셰어스, 발키리 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반에크 등 4개 금융회사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에 대해 승인을 내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앞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 8월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자 선물 거래도 활발해졌다고 WSJ는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의 연율 환산 프리미엄은 최근 들어 15% 정도였다. 올해 9개월 간의 프리미엄 평균(7.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의 노엘 애치슨 분석가는 “트레이더들이 비트코인 현물을 매수한 뒤 선물 계약을 매도해 차익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CME는 이달 중 단일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비트코인 선물 계약의 상한선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란 게 CME 측의 기대다.

발키리 인베스트먼트와 함께 비트코인 ETF 구조를 짜고 있는 나스닥 관계자는 “ETF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더리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서 개당 3700~38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인베이스 제공
이더리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서 개당 3700~38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인베이스 제공
SEC가 비트코인 ETF에 대해 승인을 내줄 것이란 기대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약 25% 뛰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비트코인 현물 대신 ETF가 관심을 끄는 건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 때문이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이 최근 40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18%가 올해 디지털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에 응한 투자기관의 3분의 1은 “암호화폐에 간접 투자하길 원한다”고 했다. 암호화폐 직접 투자에 대해선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유명 투자자인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이날 유럽계 암호화폐 자산관리 회사인 21셰어스와 함께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