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07일(08: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자료=한국기업평가
오는 2025년 이후 단품 위주의 내연기관용 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부품사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전기차 시대로 전환을 맞아 완성차 제조사와 자동차부품사의 사업·재무 위험을 점검했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 제조업에서 'CASE'(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이동수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와중에 전기차는 전년 대비 43.4% 증가한 324만대가 판매됐다. 올 상반기에도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체질 개선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생산 효율성과 채산성 개선을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필요성이 커졌다. 기존 완성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차 수준만큼 가격을 낮추려면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인하도 필요한 상황이다. 테슬라를 제외하고 기존 완성차 제조사 중 배터리 내재화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폭스바겐과 토요타 정도다. 이 때문에 완성차 제조사들은 2차전지 제조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추세다.

한국기업평가는 자동차부품사의 경우 상위사와 중소형사 간 대응 능력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내연기관차를 구성하고 있는 3만여개 부품 중 동력 생성장치인 엔진과 동력 전달장치인 트랜스미션을 비롯한 1만여개 부품이 줄어들 전망이다. 차체나 내장재 등 전기차에도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부품군은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동력 계통 부품과 전장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부품사들은 주력 사업을 대체할 만한 아이템 확보가 시급하다.

한온시스템, 만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상위 부품사들은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과 함께 친환경차 시장에 대비한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기존 제품 대비 전기차에 납품하는 부품의 부가가치가 높아 오히려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자동차부품사들은 자금력, 기술 개발, 인적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반도체 수급 이슈 등으로 공급물량이 감소하고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체 영업창출현금을 통해 연구개발 등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운 부품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미래 시장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분간은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 구조가 이어지겠지만 각국의 환경규제 방향과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볼 때 2025년 이후엔 단품 위주의 내연기관용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사는 신용위험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완성차·부품 산업 특성에 맞게 미래 시장 대응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방법론도 보강할 방침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