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기대주였던 노엘
구제불능 문제아로 추락
음악보다 잡음의 소리가 컸다
래퍼 노엘/ 사진=글리치드 컴퍼니 제공
래퍼 노엘/ 사진=글리치드 컴퍼니 제공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이 두 번째 음주운전 적발로 힙합계에서 퇴출 압박을 받게 됐다. 차세대 힙합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그가 거듭 실망감을 안기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노엘은 지난 18일 오후 10시 50분께 서울 반포동의 한 사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흰 벤츠 차량을 운전하다가 접촉 사고를 냈다. 우회전을 앞두고 차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오른쪽에 있던 차량의 왼쪽 면을 들이받은 것이다.

당시 순찰 중이던 경찰은 이를 목격해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노엘은 경찰관의 머리를 들이받으며 거부했다. 음주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 혐의로 간주된다.

게다가 노엘은 무면허였고,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그는 2년 전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음주 사고를 내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적발 현장에서 경찰과 수 분간 실랑이를 한 노엘은 조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고, 이에 경찰은 그를 귀가 조치했다. 경찰은 연휴가 끝나고 다시 조사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래퍼 노엘/ 사진=텐아시아DB
래퍼 노엘/ 사진=텐아시아DB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노엘은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받아야 하는 죗값은 모두 달게 받고 조금 더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앞서 아들 노엘의 음주운전 적발 당시 곧바로 입장문을 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힙합 팬들 사이에선 노엘의 퇴출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팬들은 성명문을 내고 "노엘은 두 차례에 걸친 음주운전으로 팬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겼으며, 힙합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더 이상 노엘이 힙합의 숭고한 정신을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스스로 힙합계에서 퇴출하기 바라며, 향후 수사·사법 기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노엘을 일벌백계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엘은 2017년 Mnet '고등래퍼'에 출연해 대중 앞에 남다른 랩 실력을 선보였고, 이후 장 의원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성년자였던 그가 성매매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과거 SNS 게시물 등이 공개돼 방송 1회 만에 하차했다.

이후 노엘은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고 남다른 음악성을 입증해 래퍼 스윙스가 이끄는 레이블 인디고뮤직에 입단했다. 이에 힙합 팬들은 그를 향해 뜨거운 기대감이 보냈고, 노엘은 스윙스, 기리보이, 저스디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하며 기대에 보답했다. 또한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며 다시 한 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힙합신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대주였던 만큼 노엘의 앞날은 탄탄대로만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재능과 팬들의 응원을 걷어차버렸다. 노엘이 2019년 9월 음주 상태로 교통사고를 낸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혐의로 적발되면서다.

이에 노엘은 지난해 6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40시간의 준법운전 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고, 검찰과 노엘 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노엘은 새 소속사 글리치드 컴퍼니와 복귀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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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설은 끊이질 않았다. 노엘은 지난 2월 부산에서 시민들과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당시 노엘과 몸싸움을 벌였던 20대 남성 A씨는 노엘이 자신의 얼굴에 두 차례 침을 뱉었고, 가슴을 밀치며 "내가 누군지 아느냐", "계좌 불러, 돈 줄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몇 달 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고, 소속사는 "물의를 일으켜 이유를 막론하고 소속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티스트 또한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스스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노엘은 반성은커녕, 앨범 발매 하루 전에 검찰에 송치됐다는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이후에도 노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재난지원금 대상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짧은 기간 동안 보여준 음악에 대한 재능은 눈부셨다. 동료 래퍼들은 물론, 힙합 팬들도 그의 음악성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힙합신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지목했다. 하지만 노엘의 도덕성이 발목을 잡았다. 기행을 넘어 범법을 저지르기 일쑤였다. 자신의 음악보다는 잡음의 소리가 더 커지면서 팬들도 더 이상 그를 감싸지 못하게 됐다.

K팝의 부흥을 이끈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은 "재능보다는 도덕성과 자기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노엘의 추락과 겹쳐지면서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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