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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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 달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던 제약·바이오섹터가 9월 들어 다시 꺾였다.

지난달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대감에 급등하며 제약·바이오 섹터 상승세를 주도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들어 급락했다. 또 항암 신약 개발 기업들의 대목으로 꼽히는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 학술대회 이벤트도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1만9995.51에 마감했다. 지난달 종가 2만1075.21과 비교해 5.12% 하락한 수준이다.

이 지수는 지난달에는 15.29% 상승하며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섹터 소외 현상이 나타나기 전인 연초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덕이었다.

지난달 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제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가 개최된다는 일정이 알려진 7월 말부터 백신 관련주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GBP510에 대한 임상 3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10일 승인하면서 이 회사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17만500원이던 7월 종가가 지난달 19일에는 33만5500원까지 올라 13거래일만에 96.77% 상승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 17일 주가는 27만2500원. 고점 대비 18.78% 하락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에 갑자기 많은 주식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행’에 대한 우려를 배경으로 꼽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6개월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기관들이 배정받은 394만8100주가 연휴 직후인 23일부터 거래할 수 있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전체 상장 주식의 5.16%에 달하는 물량이다. 앞서 3개월 의무보유확약이 해제된 지난 3월18일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4.69% 급락한 바 있다."추석 이후에 더 떨어진다"는 공포가 투매를 자극했다.

8월에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에 이어 제약·바이오 섹터의 상승 동력이 돼 줄 것으로 기대됐던 ESMO 연례학술대회 이벤트의 효과도 미미했다. 앞선 글로벌 학회·컨퍼런스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ESMO 개막일인 16일(현지시간)에는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레이저티닙과 얀센의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포함된 초록이 공개됐다. 하지만 공개된 임상 데이터가 한국 증시에 반영된 17일 유한양행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유한양행에 레이저티닙 기술을 이전해 얀센이 내는 기술료를 나눠받는 오스코텍은 5.16% 급락했다.

장세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SMO 연례학술대회에서) 국내 기업 발표 중 가장 주목을 모았던 레이저티닙의 병용 임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남은 이벤트는 제한적”이라며 “남은 학회 일정은 해외 기업의 주요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ESMO에 앞서 개최된 4월의 미국암학회(AACR), 1월의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 등 제약·바이오 섹터의 대형 이벤트 때마다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오히려 저점을 더 낮추는 모습을 반복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