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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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바이오 애널리스트 부족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바이오 업계 경력 또는 관련 학위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에도 공급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있던 인력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캐피털과 바이오 테크 기업들이 증권사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KB증권에서 제약·바이오를 담당하던 애널리스트는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메리츠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은 바이오 애널리스트가 퇴사한 이후 후임을 구하지 못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전 증권사를 통틀어 경력이 5년 이상인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5명 정도”라며 “공백을 메운 증권사도 대부분 2~3년 경력의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애널리스트 중에서도 몸값이 높은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이 떠나는 것은 업무 강도에 비해 성과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분 주식 열풍이 회사 차원에서는 호재였지만, 애널리스트의 업무부담은 크게 늘었다. 해외주식, 유튜브, 리테일 서비스도 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의 업무가 특히 많이 늘었다. 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유튜브 촬영, 실시간 대응, 일반 고객 대상 세미나까지 공공재처럼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애널리스트에 대한 보상은 예전 같지 않다.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돼도 연봉이 2억~3억원 수준이다.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때 10억원을 받은 바이오 애널리스트가 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기업과 벤처캐피털들은 이들을 끌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바이오 벤처 기업을 선택하는 애널리스트도 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바이오산업을 담당해온 진홍국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알테오젠 자회사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겼다. 한화투자증권의 신재훈, NH투자증권의 구완성 애널리스트도 이직했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바이오 벤처로 옮긴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회사 규모도 작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K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상장 이후 대박이 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바이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금융권 인재 영입에 나섰다. 바이오 기업 대표의 상당수가 연구자 출신인 만큼 투자, 자금 관리 등 재무 분야에는 취약한 경우가 많다. 바이오산업과 재무, 금융을 두루 잘 아는 애널리스트가 꼭 필요한 이유다.

필요한 만큼 그에 걸맞은 처우를 약속한다.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과장급 애널리스트를 C레벨 임원으로 영입한다. 직함에 더해 억대 연봉과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제공한다.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이 아니라 상장을 앞둔 바이오 벤처로 ‘모험’을 떠나는 배경이다.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분석 능력을 앞세워 벤처캐피털 심사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울대 약대 박사 출신으로 삼성증권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거쳐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 데일리파트너스에 합류한 이승호 대표가 대표적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