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차기 의장 거론되는 브레이너드 "테이퍼링 서둘러선 안돼"
미국 중앙은행(Fed)의 차기 의장으로 거론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사진)가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려면 고용시장이 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고용 수준이 Fed 목표치에 못 미치기 때문에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지난달 30일 아스펜 경제전략그룹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좋아지거나 오히려 둔화할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강 위험 요인으로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꼽았다.

그는 “고용 인력이 팬데믹 이전 대비 700만 명 적은데, 당시 확대 추세까지 감안하면 900만 명이나 적다”며 “Fed가 제시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Fed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고, 같은 해 6월부터 매달 1200억달러씩 자산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통화량을 다시 조이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일정 기간 2%를 웃도는 물가와 함께 완전 고용을 향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올해 12월이나 이보다 조금 전에 추가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10월엔 훨씬 나은 위치에서 고용 상황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때가 되면 학교와 직장이 어느 정도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하는 시점이 이달 말 잭슨홀 미팅이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10월엔 FOMC가 예정돼 있지 않다.

Fed가 주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가 지난 6월에 3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인 3.5%(작년 동기 대비) 뛴 것과 관련해 브레이너드 이사는 “내년 이맘때엔 물가 상승 요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내 주류 시각과 일치하는 견해다.

미국 채권운용사 핌코는 이날 “Fed가 내년 1월 테이퍼링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댄 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적정선을 넘었다고 Fed가 판단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Fed 설명대로) 공급망 차질 탓에 물가가 일시 급등한 측면이 있지만 주택 임차료만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며 “집값과 임차료 상승은 지속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결국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차료 등이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고 국채 금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바신 CIO는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다시 국채 금리가 뛰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연 1.25% 수준으로, 올 3월의 최고 연 1.75% 대비 0.5%포인트가량 낮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