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속도 더뎌졌는데 '돌파감염' 우려까지 백신만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가 30일(현지시간) 나왔다.
코로나19 재확산 막으려면 백신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기초방역 조처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DC 연구진은 독립기념일 연휴가 포함된 이달 3~17일 매사추세츠주 바스테이블카운티에서 열린 각종 행사와 관련돼 코로나19에 걸린 주민 469명을 분석했다.
바스테이블카운티 주민이나 방문객 사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보건당국에 접수된 시점은 10일이다.
코로나19에 걸린 이들은 사람이 밀집한 각종 실내외 행사에 참석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분석 대상 감염자 가운데 74%(346명)가 백신접종을 완료한 상태였다.
이들 가운데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을 맞은 사람은 각각 159명과 131명이고 얀센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56명이었다.
'돌파감염'을 당한 사람 5분의 4(279명)가 감염증상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체 분석 대상 감염자 중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5명이고 숨진 이는 없었다.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방지하진 못하지만, 감염 후 입원하거나 목숨을 잃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상당히 막는다는 다른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한 결과다.
주목되는 점은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돌파감염을 당한 127명과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한 차례만 맞고 감염된 84명의 검체를 비교해보니 양측 콧속 바이러스양이 비슷했다는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 접종자가 전염력이 높은 변이를 확산시켜 최근 재확산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핵심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보건당국과 행사 주최자는 코로나19 전염률이나 현재의 백신접종 대상 등을 바탕에 두고 참여인원 제한 등 추가 조처도 지속해서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전염률이 안 높은 지역 보건당국도 백신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실내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역조처 확대시행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CDC는 지난 27일 지침을 개정해 코로나19 전염률이 높은 지역에선 백신접종을 마쳤더라도 실내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지난 5월 중순 백신을 맞았다면 실외는 물론 실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 지 두 달여 만에 지침을 뒤집은 것이다.
CDC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재권고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받았는데 이날 보고서에 결정의 근거가 일부 담겼다고 WP는 설명했다.
다시 마스크 착용이 강조되는 까닭은 델타(인도발) 변이 때문이다.
실제 바스테이블카운티 감염자 가운데 133명의 검체 유전체 분석을 해보니 89%(119명)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이었다.
미국은 18세 이상 성인 60%(1억5천589만8천여명)가 백신접종을 마쳤지만 델타 변이가 돌파감염을 일으키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WP가 최근 입수해 보도한 CDC 내부문건에 따르면 미국에선 주당 약 3만5천건의 돌파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백신접종 속도도 정체된 상태다.
28일 기준 '일주일간 일평균 접종 건수'는 53만5천여건으로 하루 최대 443만5천여건을 접종하기도 했던 4월 초에 견줘 현저히 줄었다.
CDC가 이날 발표한 주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6만6천606명으로 직전 주보다 64.1% 증가했다.
일주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정점을 찍은 1월 10일(25만4천63명)의 4분의 1 수준이긴 하지만 가장 적었던 지난달 19일(1만1천483명)에 견주면 6배 가까이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