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환 작가, 집 화실에서 사군자 그리기 지도…"서로 즐거워"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버리면 편하고 귀농생활 즐거워"
산골마을 주민들에 미술 재능 기부하는 '18년 차 귀농 화백'
"미술 전공자나 화가 못지않은 열정을 가진 시골 분들에게 그림을 알려주고 함께 사군자와 산수화를 그리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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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동향면 새울마을에 사는 장정환(73) 씨는 귀농 18년째를 맞은 한국화 작가다.

한국 미술협회 회원, 한국 국제조형미술협회 초대작가이면서 각종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맡는 등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한 장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과 여려 대회에서 특선·우수상도 받았다.

국내·외 전시전 참여는 물론 개인전도 여러 차례 열었다.

장 작가는 서울에서 한국화를 비롯한 미술 작품을 그리면서 화랑을 운영하다가 2003년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작품활동도 하고 장류 사업할 요량으로 산골로 내려왔다.

그는 "장류를 만들고 산양삼도 길러봤지만 나와 맞지 않아 곧 접고, 소일거리로 텃밭에서 옥수수 등을 키우며 본업인 미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며 지금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다.

장 작가는 귀농 후에도 작품 활동을 지속해 2016년에는 제3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 부문에서 '대상'도 받았다.

이 같은 미술 활동 중에도 빠지지 않는 일이 또 있다.

올해부터 마을 주민 4명에게 자신의 화실에서 매주 한 차례 이상 사군자 그리기를 가르치는 일이다.

그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그림 교실을 운영해 주민과 관계를 돈독히 한다.

주민들이 그림 배우기에 즐거워하고, 자신도 가르치면서 큰 기쁨을 느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70세가 넘는 어르신들은 장 작가의 지도를 받으며 난초 등을 그리는 실력이 늘고 있다.

'최고령 제자' 고순지(89) 씨는 "나이 든 제자인데다 손이 느려 선생님이 약간은 힘드실 것"이라고 농담하며 "난초 그리기가 아주 재미있어 수업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전했다.

장정환 작가는 "주민들이 그림에 큰 관심을 보이며 굉장히 열성적으로 배운다.

나이가 70이 넘었어도 용기가 있는 분들이다.

함께 그리면서 어울리니 삶에 큰 즐거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더 많은 주민과 그림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 작가는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버리면 서로 편해지고 귀농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며 "내가 가장 잘하는 그림을 이웃에게 알려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군자 지도와 함께 7년 후로 계획한 '팔순 전시회'에 선보일 산골 경치와 용담댐 등을 담은 산수화 그리기에도 매진하고 있다.

산골마을 주민들에 미술 재능 기부하는 '18년 차 귀농 화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