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n번방 1년 지났는데"…트위터 음란물, 미성년자에 무방비 노출

트위터, 성인인증 절차 없어 미성년자도 음란물 접근 가능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 신채윤(가명)씨는 최근 평소 좋아하던 외국 방송인과 소통하기 위해 트위터에 접속했다 갑자기 등장한 성인 영상물에 당황한 적 있다.

트위터를 시작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신씨는 무작위로 검색어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사용하던 중 음란 동영상과 사진이 등장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물을 유통, 판매한 'n번방 사건'이 수사 대상이 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위터에서는 성인 콘텐츠가 미성년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특정 검색어 입력하면 누구나 음란물 볼 수 있어"
트위터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신체 일부가 노출되거나 성관계를 하는 영상, 사진이 대거 등장한다.

문제는 미성년자가 성인인증 절차 없이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점이다.

성적인 콘텐츠에 접속할 경우 '다음 미디어는 민감한 콘텐츠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지만 '보기' 버튼만 누르면 별다른 절차 없이 음란물을 볼 수 있다.

만 13세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지만 성인 인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미성년자도 손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다.

비회원도 검색하고 영상을 볼 수 있어 미성년자가 음란물에 노출되더라도 막기 어렵다.

트위터에서 음란물 제작, 유포는 'OO계', 'XX계' 등으로 불리는 선정적 트윗 계정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음란물 400여 개가 있는 일부 계정은 팔로워가 1만5천명에 달했다.

또다른 고교생 박민지(가명)씨는 "일부 친구는 음란물들을 보기 위해 일부러 트위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해외 SNS 사업자 단속 한계…"실효성 있는 법 적용 필요해"
미성년자가 온라인 음란물에 노출되면 성 가치관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어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전모가 드러난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은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물을 판매하기 위해 트위터를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들 성범죄자는 트위터에서 조건만남에 관심 갖는 미성년자들을 모집해 불법 영상물을 제작했다.

백설희 경기도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성인인증 없이 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에서 미성년자들이 성적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어 성 인식과 가치관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성적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기 용이하다"고 지적했다.

박은혜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온라인 음란물은 익명성, 접근성, 가격 합리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특징이 있다"며 "성인인증 절차와 더 실효성 있는 음란물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란·선정성 정보 심의를 주관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외 SNS 사업자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해외 SNS 사업자에 대해서도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사업자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별다른 강제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트위터처럼 본사가 해외에 있는 SNS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온라인 음란물을 찾아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트위터 본사에 문제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