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법무부 장관 대행 등과 통화내용 공개돼…부정선거 여부 놓고 충돌
트럼프, 법무부에 '부정선거 선언' 압력…"나머진 내게 맡겨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작년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한 뒤 법무부를 향해 부정선거를 선언할 것을 종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2월 27일 제프리 로즌 당시 법무장관 대행과 통화 때 "그냥 선거가 부정이었다고 말하라. 나머지는 나와 공화당 의원들에게 맡겨라"라고 말했다.

통화 현장에 있던 리처드 도너휴 전 법무부 부장관 대행이 법무부는 선거 결과를 바꿀 권한이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트럼프가 퇴임하기 전으로, 법무부가 부정선거라고 선언해 주기만 하면 자신과 공화당 의원들이 이후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1·3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대선이 사기, 부정 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승복하지 않았다.

또 수십 건의 소송을 제기하고 경합주에서 재검표까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불복 정국은 결국 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하기 위해 상하원 합동회의를 연 날인 지난 1월 6일 트럼프 지지층이 의회에 난입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트럼프, 법무부에 '부정선거 선언' 압력…"나머진 내게 맡겨라"
문제의 통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로즌을 대행으로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바 전 장관은 트럼프의 충복으로 통했지만 부정선거를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작년 12월 결국 경질됐다.

이날 공개된 통화 내용은 도너휴 전 대행이 당시 손으로 써뒀던 메모를 법무부가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통상 법무부는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비공개로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가 의회의 대선 불복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법무부는 로즌과 도너휴 전 대행을 비롯해 당시 법무부 관리들에게 의회에 나가 증언해도 좋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당시 통화 내용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무부가 자신의 대선사기 주장에 동조해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트럼프는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애리조나 주 결과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했고, 도너휴는 수십 건의 조사와 수백건의 인터뷰를 했다면서 "당신이 가진 정보의 대부분은 거짓"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트럼프는 조지아주 풀턴카운티를 언급하며 "사람들은 선거가 부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부정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법무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또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제프 클라크 당시 법무부 시민국장을 법무장관 대행으로 앉히려는 아이디어도 얘기했지만, 도너휴는 "당신이 원하는 지도부를 가질 순 있지만 이것이 법무부의 입장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대꾸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불복 정국 당시 경합주인 조지아의 주지사와 국무장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대선 사기를 밝혀낼 것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