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정저우 당서기 교체 요구 공개서한에 '좋아요' 10만개"
중국, 관리들에 '긴급상황시 적극 대처' 명령…"중앙집권 상명하달 체계 허점"
'1천년만의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간부들의 무능력을 비판하며 교체를 요구한 '공개서한'이 온라인상에서 삭제됐다고 홍콩 명보가 27일 보도했다.

기사가 직접적으로 지목한 간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이다.

명보는 허난 언론인 주순중(朱順忠)이 지난 25일 온라인 공개 서한을 통해 정저우시 간부들은 홍수 대처 무능력에 책임을 져야 하며, 중앙 정부는 정저우 지도부 교체를 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저우 관리들은 계속해서 오판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들의 통치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관리들의 무능력은 명백하다.

지도부를 교체하지 않으면 대중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망자는 안식을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일 폭우가 쏟아진 후 일주일이 넘도록 정저우 시민들의 실망이 도시를 관통했다"며 "댐 방류 시기, 지하철 운행 중단 여부, 구조작업 등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주요 지도자들이 초반 적색 폭우 경보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50여명이 갑자기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수준의 통치가 재난 수습과 구조에 더 안 좋다는 것이며 아마도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정저우시 당위원회와 자치정부 관리 교체 필요를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글에는 10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그러나 이 글은 곧 '규정 위반'으로 삭제됐다.

그는 보도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명보는 해당 글이 당서기 쉬리이(徐立毅)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중국 언론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쉬 서기가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으로 시 주석의 측근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즈장신쥔은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서기 시절 부하 인맥을 뜻한다.

명보는 쉬 서기가 저장성 닝보(寧波)의 수리국장 출신으로 물관리에 문외한이 아님에도 이번 물난리 대처는 표준을 크게 벗어났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경제발전 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전날 자연재해 등 긴급상황시 지방 관리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명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발개위는 공문을 통해 "우리는 운에 기대서는 안 되며 무력감을 극복하고 중요한 기회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인명과 재산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SCMP는 "전문가들은 정저우시 사태가 중국공산당에 고도로 집중된, 상명하달식 명령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한다"며 "긴급 상황시 현장 상황에 근거해 지방 관리들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유연성이 허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허난성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쉬리이 서기는 홍수에 대비한 영상 회의에서 "주요 교통 중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쑤(顧肅) 난징대 정치학과 교수는 해당 지시로 홍수가 터졌을 때 대응이 늦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명하달식 체계에서 일반 관리들은 지하철 운행 중단에 앞서 상급자들의 허락을 구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도 조금의 지체도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셰마오쑹(謝茂松) 중국과학원대학 교수는 중국은 중앙집권적 통제와 지방관리들의 자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지방 관리들에 결정권을 부여하고 그들이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저지를 경우 처벌하지 않아야한다"며 "그러한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현장 관리들은 위험을 감수하려하지 않을 것이고 언제나 상부의 지시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