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총포부대를 이끌고 조선군에 투항했던 무장 사야카(沙也可·1571∼1642)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연극이 일본 도쿄(東京)에서 무대에 오른다.

일본 내 고구려 건군(建郡) 1천300년을 기념해 결성된 후손 모임인 고려약광회(高麗若光會)는 9월 8∼12일 도쿄 시부야(澁谷)구 시부야문화종합센터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26일 밝혔다.

'사야카-해협을 넘은 사랑'이라는 제목의 연극 제작을 일본 공연기획사 Y프로젝트가 맡았다.

지난해 10월 첫 공연이 있는 뒤 고려약광회에서 더 많은 재일동포와 일본인에게 알려야 한다며 요청해 재연이 성사됐다.

조선의 문물과 평화주의를 흠모해온 사야카는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군 제2진의 선봉을 맡아 1592년 부산포에 상륙했다가 부하들과 함께 경상도 병마절도사 박진을 찾아 귀화했다.

당시 그는 귀화 이유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일으킨 이 전쟁은 의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조총과 화포를 다루고 화약을 만드는 법을 조선군에게 가르쳐주었고 참전해 경주·울산 등지에서 전공을 세우기도 했다.

조선 임금인 선조는 공로를 인정해 자헌대부(정2품)에 제수하고 '김해 김씨'(金海 金氏)란 성씨와 '충성스럽고 착하다'란 뜻의 '충선'(忠善) 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김충선의 본관은 다른 김해김씨와 구분해 왕이 하사했다는 의미로 '사성(賜姓) 김해김씨'라고 부른다.

현재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에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다.

공연을 후원하는 고려약광회 김인작 회장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배반하고 조선인을 위해 싸운 이야기를 일본인들이 연극 무대로 올렸다는 게 큰 감동"이라며 "김충선의 이야기는 경직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